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 미국에서 폐질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장례 및 운구 일정은 미정이다.
조 회장은 1949년 3월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인하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인하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선진 조중훈 회장에 이어 2003년 한진그룹 회장자리에 올랐다.
조 회장은 엔진 정비 하나도 직접 챙길 정도로 꼼꼼한 경영 스타일로 대한항공을 세계 최고 항공사 반열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댓글로 경영을 지시할 정도로 섬세한 경영스타일로 유명했다. 워낙 업계에 대해 해박해 직원들이 제대로 공부를 안 하고 보고를 들어갔다가 크게 혼났다는 일화도 다수 전해진다.
2018년 기준 대한항공 매출액은 12조6512억 원으로 조 회장이 대한항공 회장에 취임하기 전해인 1998년(4조5854억 원)보다 3배 가량 늘어났다. 보유 항공기 대수는 113대에서 166대로, 취항국가 및 도시는 27개국 74개 도시에서 44개국 124개 도시로 성장했다.
조 회장은 국내외 영향력을 바탕으로 올림픽 유치에 앞장서기도 했다. 해외 여러 국가에 취항을 하면서 대한민국을 알리는 외교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최근 항공업계 UN이라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주관사로 대한항공이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 물류 항공업계에서는 조양호 회장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3년 ‘형제의 난’ 이후 그룹이 갈라지고 한진해운마저 파산하면서 물류업계의 명성은 많이 흔들렸다. 특히 최근 ‘땅콩회항’ 및 ‘물컵사건’ 등 자녀들이 각종 사건을 일으키며 그동안의 공적을 갉아먹었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배에도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조 회장이 가진 지분 약 16%를 어떻게 상속하는지에 따라 현재 불거진 경영권 갈등이 더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으로 상속세를 내고 주식을 방어하지 못하면 오너가의 지분이 상당히 낮아질 수 있고, KCGI 등 사모펀드들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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