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항공 이끈 자부심·6월 IATA연차 성공개최·경영권 승계 등 고려
'여론 역풍' 감내하며 '경영쇄신', '표대결' 정공법 택했지만 결국 무산
"큰 상실감으로 건강상의 문제가 악화된 듯"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앞서 조 회장은 여론의 역풍과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사내이사 연임을 고수하며 ‘책임경영’과 ‘아름다운 퇴진’을 희망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게됐다.
8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날 새벽 8일 미국 현지에서 숙환과 폐질환으로 별세했다.
앞서 조 회장이 LA 남부 뉴포트비치에 위치한 자택에서 칩거중이었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그의 건강이 좋지 않았는 사실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2주전까지만 해도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연임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었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폐질환 수술 이후 지난해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국해 요양 치료를 받아왔다”면서 “수술 이후 회복을 거쳐 퇴원한 지 한달여 지났고, 오는 6월 귀국 예정이었기 때문에 다들 건강에 큰 이상이 있는지는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가족들이 모두 LA 병원에서 조 회장의 임종을 지킨 것으로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조 회장은 유명한 워커홀릭인데,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더불어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연임 실패가 큰 상실감으로 작용했고 건강상의 문제가 악화된 원인이 됐던 것 같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 회장은 공사의 구분이 명확했던 사람”이라며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나쁜 상황에서 자신의 건강문제를 드러내 연민을 사려는 행동을 할 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앞서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연임 문제와 관련, 여론과 투자자들의 주목을 피해 조용히 명목상의 회장 직함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주주가치 제고방안과 경영쇄신 방안 등을 내놓는 등 ‘표대결’이라는 정공법을 택하며 ‘항공업계 리더’로서의 면모를 지키고자 했다.
하지만 지난 달 27일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찬성 64.1%로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 찬성을 얻지 못 해 결국 부결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지난 1999년 4월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20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대한항공에 사정이 밝은 관계자는 “조 회장은 아름다운 퇴진을 꿈꾸며 버텨온 것 같다”면서 “IATA(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최고 정책심의 및 의결기구 집행위원회 위원으로서 오는 6월 대한민국에서 처음 열리는 ‘항공업계의 UN회의’ IATA 연차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물론,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게도 힘을 실어주면서 경영권 승계까지 염두했기 때문에 사내이사 직을 유지하고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에 대해 일제히 안타까움을 표하며 고인을 기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계를 넘어 우리 사회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며 “한국 항공·물류산업의 선구자이시자 재계의 큰 어른으로서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신 조양호 회장께서 별세하신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조 회장은 지난 20여년간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을 이끌어 오시면서 대한항공을 단단한 글로벌 회사로 키우셨고, 우리나라 항공산업과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셨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역임하시는 등 국가적 행사에도 공로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평생 국내 항공·물류산업의 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임직원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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