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어느 날 A 씨는 전남의 한 야산에 모신 자신의 장인 묘를 굴삭기를 동원해 파헤치고는 유골을 수습해 사라졌다. 얼마 뒤 A 씨(70)는 처가 식구들을 찾아 유골을 찍은 사진을 꺼내들며 “장인 묘를 파냈다. (가출한) 내 아내를 집에 오게 하라”고 협박했다. 흉기를 들이대기도 했다. A 씨의 부인은 수십 년간 그의 폭력에 시달리다 끝내 집을 나간 상태였다. 처가 식구들은 공포에 떨었다. 일부는 화병으로 자리에 눕기도 했다.
처가식구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A 씨를 분묘발굴유골은닉 혐의 등으로 수사했다. 그러나 A 씨는 “사진은 공원에서 주웠고 장인 묘를 발굴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증거를 찾지 못한 경찰은 그해 11월 A 씨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송치했다.
하지만 목포지청 형사1부는 자체 수사에 착수했다. 먼저 A 씨가 처가 식구에게 보여준 유골사진이 진짜인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진짜 유골사진이라고 감정했다. A 씨가 장인의 묘를 파헤칠 때 부른 굴삭기와 굴삭기 운전자를 찾기 위해 해당 지역 굴삭기 면허소지가 명단을 확보해 탐문해나갔다. 끝내 운전자는 찾지 못했지만 A 씨가 묘를 파헤친 당일 A 씨와 굴삭기를 그의 장인 묘지 근처에서 봤다는 목격자를 찾아냈다.
A 씨 집을 압수수색해 그가 전남 어느 지역 한 묘지 관리인에게 유골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상자를 건네는 모습을 찍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다. 무슨 이유인지 A 씨는 이 관리인에게 상자를 건네며 “잘 보관해 달라” 등 나눈 대화 녹취록도 남겨 놨다.
약 10개월간 이런 간접증거들을 확보한 검찰은 지난해 9월 A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되면 사라진 유골을 아예 찾지 못할 것을 우려해서였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3단독 김재향 부장판사는 A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A 씨는 지난달 두 번째 공판에서 범행을 자백하며 유골을 반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처가 식구들은 약 20개월 만에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게 됐다. 재판부는 “A 씨가 가출한 부인의 소재를 알아내기 위해 유골을 훔쳐 유족에게 오랫동안 정신적인 고통을 준 것을 감안해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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