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에 소송
"동거 안한 경우만 친생추정 예외" 판례
대법, 판례 재검토 위해 전원합의체 심리
다른 사람의 정자를 이용한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에 대해 친생자를 부정할 수 있는지 대법원이 공개변론에서 다룬다. 친생자는 부모와 혈연관계가 있는 자식을 뜻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다음달 2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A씨가 자녀 둘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 공개변론을 연다.
A씨는 지난 1985년에 B씨와 결혼했지만, 무정자증으로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B씨는 1993년 인공수정을 통해 첫째 자녀를 출산했으며, 1997년에는 다른 남성 사이에서 둘째 자녀를 출생했다. A씨와 B씨는 이 둘을 친자녀로 출생신고했다.
A씨와 B씨는 2013년 갈등 끝에 협의이혼 신청을 했고, 그 과정에서 두 자녀는 자신들이 A씨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2013년 자녀들을 상대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그 사이 B씨와는 조정 끝에 이혼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보고 각하로 판단했다. A씨가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에 동의한 이상 첫째 아이를 친생자로 추정해야 한다고 봤다.
둘째 아이에 대해선 당시 A씨와 B씨가 별거 중이었고 유전자 검사 결과 친생자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만, 실질적 요건을 갖춰 입양했기 때문에 양친자 관계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상고심에 접수됐고 대법원은 1983년 친생자추정 관련 판례를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기로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고, 이를 부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친생부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1983년 부부가 동거하지 않아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다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 친생추정 예외를 인정했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유전자형 배치를 쉽게 알 수 있게 되자 별거 상태만 친생추정 예외로 인정하기는 곤란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친생추정의 근거 중 하나가 친생자인지 증명이 곤란하다는 점인데, 유전자 검사로 확인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또 제3자 정자를 통한 인공수정 등 새로운 임신과 출산 형태가 나타나자 친생추정 규정을 근거로 한 가족관계 인식도 바뀌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통해 인공수정이나 유전자 등이 밝혀진 경우도 친생추정 예외로 인정할 것인지, 그 경우 가정이 파탄된 경우에만 한정할 것인지를 다루기로 했다.
또 친생추정 예외를 확대할 경우 친생부인 소송 등 법제도에 미칠 영향과 부양·상속 등 사회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 등도 검토할 방침이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에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법무부·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등 14개 단체에서 관련 쟁점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와 함께 변론기일에 민사법과 가족법 전문가를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 진술을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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