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VS 서울시 인허가 놓고 갈등… 은마-잠실5단지 조합 잇단 집회
“정비계획안 조속히 진행해야”… 市 “조합측과 조율해가는 과정
“녹물 콸콸, 층간소음 더 이상 못 참겠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엔 노란 조끼를 맞춰 입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원 1500여 명의 목소리가 징, 꽹과리, 북 소리와 한데 섞여 울려 퍼졌다. 조합원들은 구호를 외치며 ‘이 핑계 저 핑계 서울시 언제까지 핑계만’ 등이 적힌 피켓을 들어올렸다. 조합 관계자는 “40년도 더 된 아파트라 주거환경개선이 시급한데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의 갑질로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서울시가 고의로 재건축 심의를 늦추고 있다며 잇따라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재건축 규제 강화로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면서 누적된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7년 9월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된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정비계획안에 대해 큰 틀에서 ‘50층 재건축’에 합의했다.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조건으로 세부 사항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조합 측은 공모를 거쳐 지난해 6월 당선작 설계안을 서울시로 넘겼지만 지금까지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및 상가 소유자 300여 명이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서울시가 요구한 35층 층수 규제 등 계획변경 요청을 성실하게 이행했는데도 정비계획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무기한 보류된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 탓에 여의도 공작아파트와 수정아파트 등 재건축 아파트들의 정비구역 지정 신청도 지난달 모두 반려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는 신천초등학교 부지 이전과 관련한 교육환경영향평가가 늦어지며 절차가 지연된 것”이라며 “은마아파트는 조합의 요구와 서울시의 계획을 조율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워낙 대단지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하게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의로 인허가 절차를 늦추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에선 고층 재개발·재건축에 부정적인 서울시의 태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순 시장은 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골목길 재생 시민정책대화’ 인사말에서 “많은 사람들이 ‘층고를 높여 달라’ ‘용적률을 높여 달라’ 하고 있다”며 “제가 피 흘리고 서 있는 것 안 보입니까”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업 지연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달 민간 정비사업 초기부터 층수, 디자인 등에서 가이드라인을 따르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건축 혁신안’을 발표했다. 1월에는 공동주택을 포함한 연면적 10만 m² 이상 건축물을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허가에 신중한 서울시의 입장은 이해되지만 무작정 심의를 늦추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향후 집값 안정을 위해서라도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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