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학생들은 장비 부족으로 학생 2명이 실습컴퓨터 한 대를 나눠 쓰며 프로그래밍 수업을 받는다고 한다. 학과 입학정원이 15년째 55명에 고정돼 있고 학교 기자재와 예산도 이에 맞춰져 있어 빚어지는 어이없는 풍경이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개인 노트북을 열고 모자라는 장비를 보완해 보지만 수업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교육 현장에서 이런 현실을 초래한 것은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규제다. 해당 법은 수도권 인구 분산을 위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의 총 정원을 늘리지 못하도록 묶었다. 그 뒤 컴퓨터공학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복수전공 부전공 등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이 한 학년 200명 규모로 불어났지만 이들은 여전히 55명 정원에 맞춘 열악한 교육 환경을 공유해야 한다. 배우기를 원하는 학생과 가르치고 싶은 교수들이 있는데도 규제가 더 공부할 수 없는 장벽을 만들어낸 것이다.
국내 최고 대학의 가장 유망한 전공 중 하나로 꼽히는 학과조차 이러한데 다른 교육 현장은 오죽한 상황이겠는가. 한국의 대학들은 온갖 ‘안 된다’는 규제에 숨이 막힌다고 호소한다. 공무원들이 대학 정원을 주무르는 것은 물론이고 신입생 선발 방식, 등록금, 교수진 고용, 학사 프로그램 운영도 직간접 규제의 사슬로 묶여 있다. 교육부가 미래인재 양성보다 대학 길들이기,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의 균형 맞추기에만 골몰한다는 원성도 자자하다.
이 같은 현실은 고등교육에 국가전략을 실어 지원하는 중국과 크게 대조된다. 중국 정부는 ‘잘하는 대학에 투자를 집중해 세계 최고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산업 수요에 따라 대학 정원을 조정한다. 가령 2015년 97명이던 칭화대 컴퓨터과학기술과 졸업생은 매년 늘어나 지난해 146명이 됐다. 이 대학은 지난해 미국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의 대학평가에서 전 세계 컴퓨터과학 전공 분야 1위를 차지했다. 단기간에 세계적 수준으로 뛰어오른 대학들은 다시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선순환을 이룬다.
한국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이라 평가받는 ‘미네르바 대학’ 같은, 온라인 강의를 접목한 신개념 대학도 나오기 어렵다. 대학의 동영상 강의 비율에 대한 규제 때문이다. 사람이 최대의 자원인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교육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대학을 숨쉬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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