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은 우리 민족만의 외로운 투쟁이 아니었으며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라는 새로운 세계적 사조와 걸음을 같이하며 일어난 것이었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도형)이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민주·공화주의의 세계사적 의미와 동아시아 독립운동의 전개’가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김 이사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민주·공화주의가 한국이나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멀리 아일랜드와 핀란드, 터키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확산됐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또 “이런 국제적인 정세와 변화는 1920년 창간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국내에 알려졌고, 이를 통해 민주·공화주의 논의가 심화되고 한국 민족주의 운동도 더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오늘 학술회의가 동아일보의 후원으로 이뤄지는 건 이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퍼걸 맥게리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퀸스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아일랜드 공화주의자들의 독립선언문은 3·1독립선언서와 마찬가지로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 수사가 물씬 녹아있다”며 “아일랜드와 한국의 민족주의자들은 세계사 속에서 동일한 사상적 순간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허우중쥔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역시 1919년 5·4운동으로 불평등조약 폐지 주장이 정치 엘리트에서 대중까지 널리 퍼져 나갔고, 민족주의와 결합하면서 독립과 건국 사상이 선명해졌다”고 말했다.
장인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독립선언서의 평화사상과 세계주의에 착목하면서 동아일보의 1925년 5, 6월의 사설을 소개했다. 그는 “사설은 ‘동양의 단결과 평화는 각 민족의 권리와 희망을 존중하고 평등한 지위에서 자유로운 정신으로 연합하는 데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본보 사설은 또 지리적, 역사적 ‘자연 상태’에 따라 “조선인은 조선에서 조선인으로 살 것이고, 일본인은 일본에서 일본인으로 살아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서로의 번영을 해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3·1운동의 역사적 의미가 언제나 ‘현재적 사건’으로 이 땅에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학술회의는 이 밖에도 미즈노 나오키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윤대원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객원연구원, 신효승 서종진 장세윤 동북아재단 연구위원이 발표했고 안영배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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