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리폼드’ 11일 개봉… 본래 모습 잃은 교회 모습 비판
이선 호크의 절제된 연기 빛나
카메라는 250년 역사의 ‘퍼스트 리폼드’ 교회를 향해 서서히 줌인 한다. 폴 슈레이더 감독은 ‘로 앵글’로 거대해진 교회를 통해 본질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종교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25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담임목사 톨러(이선 호크)는 팻말에 이 같은 문구를 새긴다.
‘주님께서 용서하실까요?’
유서 깊은 이 교회는 이미 관광명소로 전락한 지 오래. 톨러는 “기념품 가게”라며 자조를 내뱉는다. 그런 그에게 교인 메리(어맨다 사이프리드)와 우울증에 빠진 남편 마이클(필립 에팅거)이 찾아온다. 마이클은 인간의 환경파괴로 지구가 곧 종말할 것이라고 믿는 극단적인 환경주의자. 아이가 절망적인 미래에서 살아가선 안 된다는 믿음 때문에 임신 중인 아내에게 낙태를 종용한 그는 결국 자살을 택한다.
미치광이처럼 보였던 마이클의 죽음으로 희망과 사랑을 역설해야 할 톨러는 절망에 전염돼 간다. 그는 마이클의 유품에서 교회의 교단이 환경파괴 기업과 유착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이라크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아들에게 입대를 권유했다는 죄책감과 나빠진 건강으로 고통받던 그의 내면은 끝없는 광기에 사로잡힌다.
불안한 정신과 고통받는 육체 속에서도 올곧은 믿음을 지키고자 한 그는 생전 마이클이 제작했던 자살폭탄조끼를 입고 교회 250주년 기념식에서 순교를 결심하기에 이른다. 비정상으로 보일지라도 자신의 신념을 극단적인 행동으로 밀고 나간다는 점에서 톨러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한 ‘택시 드라이버’(1976년)의 참전용사 트래비스(로버트 드니로)와 닮았다. 슈레이더 감독은 ‘택시 드라이버’의 각본을 썼다.
베트남전쟁 이후 영웅적 망상에 빠져 살인을 저지르는 트래비스와 달리, 톨러의 자살 시도는 메리와의 입맞춤으로 중단된다. 종교의 타락을 비추면서도 결국 종교의 핵심 가치인 사랑을 통해 희망을 찾고자 한 것은 아닐까.
정적인 카메라의 시선은 이선 호크의 절제된 연기를 만나 빛을 발한다. 답답해 보이는 4 대 3 화면 비율도 인간 내면의 고독감을 담아낸다. 물론 종교, 환경 문제 등 다소 장황한 소재와 내레이션으로 등장하는 난해한 성경 구절로 불친절한 영화라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11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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