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타인의 조혈모세포(골수)를 이용해 백혈구와 적혈구 등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재생불량성빈혈 소아 환자들의 5년생존율을 93%까지 끌어올리는 치료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조혈모세포가 생착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평균 10일로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19일과 비교하면 2배로 빨랐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과 임호준, 고경남, 김혜리 교수는 1998~2017년 병원에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소아환자 67명을 분석해 이같이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소아환자 67명 중 35명은 조직적합성항원이 완전히 일치하는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는데 14명은 형제, 21명은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기증받았다. 나머지 32명은 부모와 형제 등 가족으로부터 조직적합성항원이 반만 일치하는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다.
그 결과,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소아 환자들의 5년생존율은 93%였다. 조직적합성항원이 완전히 일치하는 형제나 비혈연 관계의 타인으로부터 이식받은 환자들의 평균 5년생존율이 각각 92.9%, 95.2%인 것과 비교해 거의 비슷했다.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소아 환자들은 평균 10일 만에 조혈모세포가 생착한 반면 완전일치 이식법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은 평균 12~14일 정도 소요됐다. 반면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이나 영국 킹스칼리지병원은 반일치 조혈모세포가 생착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19일이었다. 한국에서 2배가량 빨리 치료가 이뤄진 것이다.
재생불량성빈혈은 골수 안에서 혈구세포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에 이상이 생겨 골수조직이 지방으로 대체돼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 줄어드는 희귀성질환이다. 중증 환자는 수혈을 받아도 조혈모세포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뇌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이를 예방하려면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아야 한다.
이 병을 치료하려면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아야 하지만, 조직적합성항원이 완전히 일치하는 기증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조직적합성항원이 절반만 일치해도 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 치료법이 개발됐지만, 기존 치료법만큼 효과가 좋지 않은 게 단점이었다.
임호준 교수는 “소아 재생불량성빈혈 환자의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 성공률이 전세계적으로 70~80% 정도에 머물고 있다”며 “이번 연구로 조직적합성이 일치하는 조혈모세포 이식과 대등한 이식 성공률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골수이식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 오브 블러드 앤드 매로 트랜스플랜테이션’(Biology of Blood and Marrow Transplantation·미국골수이식학회지)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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