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쓴 김정은 “형식주의·보신주의·패배주의·관료주의 없애라” 간부들 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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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10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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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정치국 확대회의서 적폐 나열하며 간부들 질책
北 매체 “결함 지적, 심각히 분석”…인선 재정비 강도에 주목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해 ‘형식주의’ 등을 타파할 것을 주문했다고 10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노동신문) 2019.04.10.© 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해 ‘형식주의’ 등을 타파할 것을 주문했다고 10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노동신문) 2019.04.10.©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간부들을 질책하고 나섰다. 11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14기 대의원 회의를 계기로 고위 간부들에 대한 인선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인 9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 사항을 밝혔다. 간부들의 업무 행태에 대한 지적이 다수 나왔다.

신문은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당중앙위원회 부서들과 내각의 사업 실태를 분석하시면서 정치국 성원들과 정부, 지방 당 일꾼들의 사업과 생활에서 나타난 결함들을 지적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당 및 국가적으로 시급히 해결, 대책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심각히 분석했다”라며 “오늘의 긴장된 정세에 대처해 간부들이 혁명과 건설에 대한 주인다운 태도를 가지고 고도의 책임성과 창발성,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해 우리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할 것에 대해 강조했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이 전한 김 위원장의 질책 사항은 만성적인 형식주의, 요령주의, 주관주의, 보신주의, 패배주의와 당세도, 관료주의 등이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온갖 부정적 현상들을 철저히 뿌리 뽑고 당의 노선과 정책을 집행, 관철하기 위해 헌신 분투하며 참된 인민의 충복으로서의 자기의 혁명적 본분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는 것이 신문 보도의 내용이다.

신문은 아울러 김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인상을 쓰고 발언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회의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이날 보도는 11일 열릴 예정인 최고인민회의 14기 대의원 첫 회의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선출된 687명의 전국 각지의 대의원이 처음으로 모이는 이번 회의는 북한 내부적으로 ‘김정은 체제 2기’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된 14기 대의원 명단을 통해 이미 13기 대비 50%가량의 대의원이 교체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인적 재편은 당정의 고위 간부들에 대해서도 적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3년 장성택 전 당 행정부장을 숙청하는 등 대대적 인적 개편을 앞두고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또 당시 노동신문은 장성택의 처형 뒤 관련 보도에서 “인민 대중 중심의 사회주의 화원에 돋아난 독초 같은 세도와 관료주의를 벌초만 할 것이 아니라 뿌리째 뽑아버려야 한다는 것이 당의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나온 김 위원장의 발언과 유사하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간부들에 대한 인선을 예고하는 듯한 동향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10일 노동신문은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를 언급하고 열흘 뒤 다시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는 일꾼들에게 있어서 첫째가는 투쟁 대상”이라고 밝히며 인적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14기 대의원 선거에서 50%가량의 대의원이 교체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 당 중앙위원회, 내각 각 기관의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인선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이번 당 정치국 확대회의 개최에 이어 이날 당 정치국 전원회의 개최 사실도 매체를 통해 밝혔다.

북한이 당 정치국의 확대회의와 전원회의에서 향후 당 정책과 국가 전략, 인선에 대한 주요한 결정을 내린 뒤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관련 사항을 추인한다는 점에서 관련 동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3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총 6차례 회의가 열렸고 매번 일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들 혹은 국무위원회 위원의 소환(퇴진)과 새 인사의 보선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최고인민회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 개편을 염두에 둔 당 중앙위원회 지도부 인사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북한 지도부에 상대적으로 더 젊은 김정은 위원장의 측근들이 더욱 전면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된 인적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 문제 등이 이번 대의원 회의에서 나올 인선을 통해 확인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에 관여한 인사들 중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한 것이 확인됐다. 정치국 위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은 오히려 처음으로 대의원에 선출되는 등 겉으로 드러난 동향만으로는 비핵화 협상 관련자들의 ‘숙청’ 등 이상 신호가 감지되지는 않는다.

다만 큰 틀에서의 비핵화 협상 전략 변경이나 이로 인해 파생되는 협상 실무팀 일부에 대한 재조정이 있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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