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여윳돈, 사상 최저…정부 곳간 ‘대풍년’에 첫 추월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10일 1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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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계 순자금운용 49.3조로 쪼그라들어
주택 신규 매입, 민간소비 증가 등 영향 추정
정부 순자금운용은 55조로 확대, 역대 최대치

가계 여윳돈이 3년째 감소세를 지속하며 역대 가장 적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얇은 주머니 사정에 빚 내서 집을 마련하거나 저축을 줄여 소비에 나선 가계가 많았던 영향이다.

반면 정부 곳간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 처음으로 가계 여유자금 규모를 앞질렀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18년 자금순환(잠정)’ 자료에 따르면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액은 49조3000억원으로 전년(50조9000억원)보다 1조6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지난 2009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순자금운용액은 예금이나 보험, 연금, 펀드 등으로 굴린 ‘자금운용’ 금액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을 나타내는 ‘자금조달’ 금액을 뺀 수치다. 사실상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윳돈을 의미한다.

가계 여윳돈은 경기 불황 등의 여파로 지갑을 꽁꽁 닫았던 지난 2015년(94조2000억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 2016년 69조9000억원, 2017년 50조9000억원, 2018년 49조3000억원으로 3년째 감소세를 나타냈다. 그간 부동산 시장 호황과 맞물려 여윳돈으로 집을 사는 가계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주택 투자에 따른 여윳돈 축소 현상은 이어졌다. 지난해 주거용 건물건설투자는 108조3000억원으로 전년(107조3000억원)보다 소폭 확대됐다. 여기에 민간소비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지난해 민간 최종소비지출은 867조원으로 1년 전보다 34조8000억원 증가했다.

가계의 자금조달액은 103조1000억원으로 전년(123조7000억원)보다 20조6000억원 줄었으나, 자금운용액은 174조6000억원에서 152조4000억원으로 더 큰 폭(22조2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소득이 증가한 것에 비해 소비가 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계 등이 저축 등에 쓸 돈을 줄여 소비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며 “신규 주택 구입에 대한 지출도 예년과 비슷한 추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여윳돈이 줄어 팍팍해진 가계와 달리 정부의 여유자금은 넘쳐났다. 일반정부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55조원으로 전년(49조2000억원)보다 5조8000억원 확대됐다.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역대 최대치로 가계 운용자금 규모(49조3000억원)를 첫 추월한 것이다.

정부의 순자금운용액은 2015년(20조1000억원)부터 4년째 증가세를 나타내며 2배 이상 몸집을 불렸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25조4000억원이 초과 징수되는 등 세수 호조가 이어진 가운데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가 탄탄하게 떠받친 영향이다.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는 41조7000억원 흑자를 나타냈다.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조달액은 39조8000억원으로 전년(14조4000억원)보다 대폭 확대됐다. 국제유가 상승 등의 여파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자금조달 규모가 188조1000억원으로 전년(124조5000억원)보다 63조6000억원 증가한 영향이 컸다. 자금운용도 110조1000억원에서 148조3000억원으로 38조2000억원 늘어나긴 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순자금운용 규모는 80조3000억원으로 전년(107조7000억원)보다 큰 폭 축소됐다. 지난 2012년(60조4000억원)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었다.

모든 경제부문이 보유한 국내외 금융자산 규모는 1년 전보다 632조6000억원 증가한 1경714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3729조7000억원으로 62조1000억원 증가했고, 금융부채는 1789조9000억원으로 102조6000억원 늘었다. 금융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이 늘어나면서 금융자산을 금융부채로 나눈 배율은 2.08배로 하락했다. 지난 2008년(1.97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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