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재판 출석…“어린시절 폭력노출·집단 따돌림” 등 증언
“이런일 상상도 못해…재판 끝나면 피해자 가족께 사과”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의사를 살해한 30대 남성의 어머니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신 이상 증세가 심각하다는 점을 증언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15일 열린 박모씨(31)의 첫 공판준비기일에는 박씨의 어머니 최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다만 박씨는 이날 공판에 출석하지 않아 변호인만 최씨에게 질문했다.
이날 최씨는 5살까지 말을 제대로 못했던 박씨에게 자폐 증상이 있었던 점, 외도로 이혼한 전 남편이 자신에게 칼을 들이댄 적이 있었고 이 장면이 어린 박씨에게 그대로 노출됐던 점, 박씨가 초등학생 시절 같은 반 아이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했던 점 등을 진술했다.
또한 박씨가 군 제대 후에는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견디다 못해 따로 살라고 얻어준 원룸에선 옆집 거주자가 벽을 뚫고 나온다는 환청·환시를 겪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강북 삼성병원에 강제 입원시켰지만 병원 약을 모두 버리는 등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최씨는 ‘사건 당일 박씨가 병원에 간다고 이야기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간다는 걸 알았다면 미리 병원에 연락했을 것”이라며 “사건 직후 경찰서에서 면회할 때 ‘대한민국에서 이번 일을 시켰다’고 주장했고, 오늘까지 제 면회를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이렇게 밖에 나와서 큰일을 벌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너무 죄송스럽고 피해자 가족에게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이어 “저도 암에 걸려 사건 이후 피해자 가족을 찾아뵙진 못했지만 재판이 끝나면 사죄하겠다. 기회를 주신다면 각별히 신경 써 최선을 다해 돌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일 공판기일을 열고 박씨에 대한 피고인신문과 결심 등 재판 마무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씨는 지난해 12월31일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진료를 받던 도중 담당의사인 임세원 교수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2015년 동생의 신고로 강북삼성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뒤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폐쇄병동에 입원한 전력이 있으며, 이때부터 주치의를 맡은 임 교수로부터 외래진료를 받았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머리에 소형폭탄을 심은 것에 대한 논쟁을 하다가 이렇게 됐다”, “폭탄을 제거해 달라고 했는데 경비를 불러서…”라고 진술하는 등 범행 동기에 관해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씨의 주거지 압수수색 및 과거 정신과 진료내역 분석을 통해 범행 동기를 정신질환으로 인한 망상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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