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의 오해와 진실’…교사·입학사정관 원탁토의 현장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0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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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애도, 조용한 애도 좋아요. 생활기록부에는 학생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써주세요.” 한 입학사정관이 말했다. 그러자 고등학교 교사가 질세라 맞받아쳤다.

“‘평소 소심한 듯하나 어른 앞에서는 잘 이야기한다’고 쓰니까 당장 학부모에게서 전화가 와요. 우리 아이를 버릇없는 애로 만들었다는 거예요.”

긴장감이 감돌았다. 4일 오후 1시 경기 성남시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열린 ‘우리 모두의 아이로 공감하는 고교·대학 간 원탁토의’ 현장의 모습이다. 이날 경기도 지역 고등학교 교사 75명과 대학 입학사정관 30명이 원탁에 둘러앉아 ‘학교생활기록부의 오해와 진실’을 주제로 토론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국민참여숙려제를 통해 내놓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안착시키기 위한 후속 조치다. 당시 교육부는 학부모 정보와 대회 수상 경력을 삭제하는 등 생활기록부를 간소화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교사와 입학사정관의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색색의 포스트잇과 종이가 붙은 이젤이 비치된 15개의 원탁에는 각각 교사 5명과 입학사정관 2명, 이들의 토론을 중재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1명이 둘러앉았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다양한 사물과 사람의 이미지카드 수십 장을 테이블 위에 쏟아놓았다.

이후 “내가 바라본 ‘학생 성장’의 모습은”이라고 묻자 무대 앞에 띄워진 파워포인트(PPT)를 보고 참가자들은 앞다퉈 카드를 골랐다. 심해 속을 헤엄치는 스쿠버다이버의 사진을 고른 한 참가자는 “자신의 내면과 진로를 심도 있게 고찰하는 학생 성장이 바닷속을 탐험하는 스쿠버다이버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자신이 생각하는 ‘학생 성장’의 이미지 카드와 설명을 적은 포스트잇을 이젤에 붙였다. 다양성, 자신다움 등의 요소들을 말하는 참가자들 사이에는 화기애애한 담소가 오갔다.

그러나 토의가 이어지자 교사와 입학사정관이 갖고 있던 시각 차이가 극명히 드러났다. 학생부를 내실화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한 교사는 “입학사정관마다 합격 기준이 다르다고 느끼는데 합격한 이유가 공개 안 되니 신뢰관계가 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입학사정관은 “학생부 전형은 본질적으로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다”며 “과거처럼 성적으로 툭 자르는 게 아니라 정성 평가가 갖는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테이블에서는 “교사들은 신이 아니다”, “1번부터 50번까지 학생부 써주다가 1년 지나면 병 얻는다”며 여러 명의 교사들이 입학사정관에게 ‘학생부 작성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시간관계상 다음 주제로 넘어가야 한다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지적이 계속되자 논의의 열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회의 후 참가자들은 대체로 서로의 입장 차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이다. 경기 경화여고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정희정 씨(43·여)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복불복’이라고 생각했는데 입학사정관에게 나름의 선발 기준을 들으니 그동안의 오해를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대 입학사정관 정준구 씨(35)는 “선생님들에게 학생부에 학생이 특정 행동을 한 ‘동기’에 대해 써달라고 말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반면 논의가 구체적이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토의 후 “주제가 포괄적이어서 구체적 실천방안 도출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소감이 적힌 포스트잇을 이젤에 붙여놓기도 했다.

조별 토의 후에는 박백범 교육부 차관과 조벽 숙명여대 명예교수 등 교육계 전문가 7명이 참여한 좌담회가 이어졌다. 이번 원탁토의는 서울(18일)과 대전(30일), 대구(5월 10일), 부산(5월 22일), 광주(5월 30일)에서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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