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박상원(25)은 조금은 먼 길을 돌아온 투수다. 휘문고 3학년 때인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그의 이름을 불러준 프로 구단은 한 곳도 없었다. 고졸 신인왕이 득세하고 있는 최근 KBO의 트렌드에 비춰보면 버림 받는 기분이 들 법도 했다. 결국 ‘반강제로’ 대학 진학을 택했다.
연세대에서 4년을 보낸 박상원은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25순위)에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당시를 떠올리며 그는 “대학 4학년 때도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면 야구를 그만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대학 4년간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인 덕에 프로의 좁은 문을 뚫었을 테지만, 그는 “노력은 누구나 한다. 내가 대학에 있는 4년간 프로에 온 선수들 역시 나보다 더 노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로 데뷔부터 몸에 밴 절실함의 결과일까. 우완 박상원은 빠르게 적응했다. 2017년 1군 18경기(21.2이닝·1홀드·평균자책점 4.15)에 얼굴을 보인 데 이어 지난해에는 무려 69경기(60이닝)에 등판해 4승2패9홀드, 평균자책점 2.10으로 진화했다. 불펜이 강한 한화에서도 필승조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에도 9일까지 5경기(6.1이닝)에 등판해 무자책점 행진을 펼치고 있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묵직한 직구와 예리한 포크볼, 올 시즌 구사비율을 높인 슬라이더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용덕 감독도 이 같은 박상원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감독은 10일 대전 SK 와이번스전에 앞서 “이태양이 조금 안 좋은 편인데, 박상원이 지난해 이태양이 맡았던 역할을 중간에서 잘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금은 돌아왔지만, 힘겨운 그 길에서 마주친 교훈들을 잊지 않고 있는 박상원의 2019시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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