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로 석 달 넘게 정국 혼란이 이어지는 베네수엘라의 향후 경제재건을 돕기 위해 100억달러(약 11조37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관계자들과 베네수엘라에서 새 정부가 구성될 경우 국가재건을 돕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회의를 한 번 할 때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상황을 보게 된다”며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인도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 11일에도 남미와 유럽연합(EU)·일본 등의 재무장관들과 함께한 회의에서 “베네수엘라 새 정부가 무역에 불을 붙일 수 있도록 약 100억달러 규모 무역금융 컨소시엄을 구성하고자 한다”며 각국의 공조를 당부했었다.
베네수엘라에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실정’에 따라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2015년 이후 370만명이 고국을 떠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상황. 유엔은 생필품·의악품을 구하기 위해 베네수엘라를 떠다는 난민이 올 연말이면 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남미를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국가와 국민을 도탄에 빠트린, 권력에 굶주린 폭군”이라고 부르며 거듭 비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 5월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에 성공, 올 1월 2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으나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작년 대선은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연금 등으로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법적으로 실시됐다”며 지난 2월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섰다.
과이도 의장은 이후 미국 등 50여개 나라의지지 속에 마두로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은 중국·러시아·쿠바 등의 지원 아래 “과이도는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주장하며 ‘반대파’들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AFP는 IMF와 WB가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국제적 인식이 명확해질 때까지 자금 투입 등 개입을 삼가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 정부의 ‘새 베네수엘라 정부 지원’ 계획이 실현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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