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주만이다. 제주·전남·경남 등 남부지방에서 시작해 수도권으로 북상, 절정을 이루던 벚꽃이 일요일인 14일 비바람을 맞으며 ‘엔딩’ 을 준비하고 있다. 낮 12시 기준, 전국 강수량이 2~5㎜로 파악된 이날 서울 시민들은 ‘봄의 전령’을 마지막으로 구경하기 위해 궂은 날씨에도 도심 곳곳으로 외출을 나섰다.
목동에 사는 동갑내기 김예진씨(20)와 최정원씨는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를 찾았다. 아침부터 이슬비가 추적추적 내린 윤중로에는 이미 떨어진 벚꽃 잎들이 보도블록을 수놓고 있다. 하룻밤 사이에 꽃이 많이 떨어진 벚나무는 봄비를 맞아 한결 짙어진 연두색 이파리와 검은 줄기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김씨와 최씨는 서로 우산을 들어주면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최씨는 “사람이 없어서 오늘이 오히려 더 좋다”면서 “재수하느라 매일 독서실과 집,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이렇게 구경을 나오니 막힌 세상에서 열린 세상으로 나온 기분이다”고 활짝 웃는다.
여의도 소재 교회에 예배를 보러 온 김희선씨(65·여)도 남편과 추억 남기기에 바쁘다. 김씨는 “윤중로 근처 교회를 다녀서 평소 이 앞 상황을 잘 알아 (그동안) 못나왔다”면서 “오히려 비가 온다고 해서 ‘아싸!’하고 좋아서 나왔다”고 말한다. 한동안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던 김씨는 “미세먼지 많던 시기가 지나고 공기도 상쾌해서 구경할 맛 난다”고 덧붙인다.
또다른 꽃구경 명소 은평구 불광천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걷기 편한 평지를 따라 2㎞ 가량 펼쳐진 벚꽃 터널로 유모차를 끌고 나온 김진씨(33)는 ‘반짝 꽃놀이’가 반갑다. 김씨는 “아이를 낳고 나서는 유모차 이동 때문에 쉽사리 혼잡한 장소에 나오지 못했다. 꽃은 남았는데 사람이 없어서 오히려 편안하게 구경했다”고 즐거워한다.
기상청은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 만개한 봄꽃이 대부분 이번주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해안과 강원 산지에서는 순간초속 25m 안팎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어 그나마 남아있던 꽃들도 모조리 떨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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