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세월호 타고 있던 여고생 “유치원 교사→응급구조사, 장래희망 바뀌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4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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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16일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장애진 씨(23·여)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노란 후드티를 입고 밝은 갈색 단발머리의 앳된 얼굴인 장 씨는 5년 전 ‘그날’ 세월호에 타고 있던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생 가운데 하나였다.

장 씨는 올 2월 동남대 응급구조과를 졸업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기 전 그의 장래희망은 유치원 교사였지만 이후 응급구조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응급구조사 자격증도 땄다. 그는 “병원에 취직해 경력을 쌓은 뒤에 소방공무원을 지원해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장 씨는 “기억 물품 받아가세요”라며 시민들에게 노란 리본과 팔찌를 나눠줬다. 장 씨를 알아본 시민들은 “아주 잘 컸다”며 화답하기도 했다. 추모제 내내 밝은 표정을 짓던 그였지만 연단에서는 “언제든 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 있다”며 울먹였다.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시민 약 2000명(경찰 추산)이 모여 희생자를 추모했다. 이들 중 약 500명은 추모 리본 모양으로 선 뒤 노란 우산을 펼쳐 커다란 세월호 추모 리본을 만들었다. 지난달 철거한 ‘세월호 천막’이 있던 한쪽에 서울시가 설치한 기억안전 전시공간에서는 시민들이 전시물을 보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직장인 우은영 씨(43·여)는 “워킹맘이라 주말에도 바쁘지만 아침부터 두 딸의 손을 잡고 광장을 찾았다”며 “희생된 아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평범한 시민도 나온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수지 씨(30·여)는 “학생들이 살아있다면 대학생이나 직장인으로 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텐데 그렇지 못한다는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앞으로 6주기, 7주기 잊지 않고 추모제에 와서 이들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특별 수사단을 꾸려 사안을 전면 재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단 한번이라도 ‘빨리 탈출하라’고 했으면 304명이 전부 살았을 것”이라며 “국민을 보호하고 구해야 할 국가가 구하지 않고 오히려 구조 방해만 했다”고 주장했다.

참사 이후 매년 추모제를 열고 있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에서도 16일 열릴 5번째 추모제를 앞두고 14일 준비가 한창이었다. 조도 주민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피해자 구조와 희생자 수습, 그리고 선체 인양 작업을 도왔다.

이날 조도면에 따르면 조도 초·중·고교생과 주민 120명은 16일 오전 11시 나래마을 해안에서 세월호 5주기 추모제를 갖는다. 학생들은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바다를 향해 노란 꽃들을 헌화한다.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노란 풍등 10개도 날린다.

조도고 학생대표 박태영 군(19·3학년)은 “5번째 추모제지만 마음은 언제나 무겁다”고 말했다. 세월호 승객을 구조하러 어선을 몰고 사고해역으로 달려갔던 조도 주민 김대산 씨(50)는 “내 아들이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 또래여서 가슴이 더 아프다”며 “세월호 선실 유리창 너머로 붉은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를 기다리던 단원고 학생들 모습이 꿈에 보여 잠을 이루지 못한 밤도 숱했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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