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총재 조정원)과 북한이 이끄는 국제태권도연맹(ITF·총재 리용선)의 태권도 합동시범단이 12일 오후 1시30분(현지시간) 스위스 유엔제네바본부(UNOG) 어셈블리홀에서 합동시범공연을 펼쳤다. 5일 오스트리아 빈과 11일 스위스 로잔 올림픽박물관 공연 등 4차례 이어진 마지막 유럽합동공연이었다.
ITF 시범단의 공연을 시작으로 약 1시간 진행된 이번 합동시범에는 두 총재와 함께 마이클 뮬러 UNOC 국장, 백지아 주제네바대표부 한국대사, 한태성 주제네바본부 북한대사를 비롯해 제네바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 외교단, 국제기구 임원과 유엔 직원이 참석했다.
조정원 WT 총재는 “세계태권도연맹과 유엔은 여러 면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역사적인 합동공연을 UNOG에서 개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지금은 두 기구가 각자의 경기규칙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합동시범이 보여주듯 결국은 하나의 태권도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용선 ITF 총재는 “지금까지 이미 WT와 ITF는 하나된 태권도를 꿈꾸며 여러 차례 합동시범공연을 보여왔다”며 “오늘과 같은 역사적인 시범공연이 모든 태권도인들이 염원하는 하나된 태권도를 만들기 위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WT 시범단은 2015년 9월 뉴욕 유엔본부와 2016년 5월 UNOG에서 각각 태권도 시범을 펼친 바 있지만, ITF 시범단과 함께 UNOG에 합동시범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UNOG 공연에 앞서 WT, ITF 시범단은 제네바에서 개최된 세계정보사회정상회의(WSIS) 포럼 초청으로 ‘Taekwondo for Peace’라는 주제 하에 국제통신연맹(ITU)에서 시범공연을 했다.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25주년을 기념해 추진된 이번 합동유럽공연은 지난해 10월 WT 시범단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조 총재가 리 총재에게 제안하면서 기획됐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적극적 후원 속에 성사됐다.
바흐 위원장은 11일 로잔 올림픽박물관 합동공연에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내외 등과 함께 직접 참석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WT는 태권도를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스포츠로, 남성 위주의 스포츠를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스포츠로 발전시켜왔다”며 “스포츠가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태권도가 열어줘 감사하고, 2014년 두 기구 간의 합의의정서 체결을 지켜본 당사자로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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