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서 제재 해제 요구, 北 약점 노출 실수도 인정”
“北, 현실인정 방향으로…김정은, 통제 한계점 느낄 것”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14일 “올해 상반기 안에 정상회담들이 열리기 힘들게 돼 있고 대남·대미 외교라인의 협상 폭도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주(4월 8~14일) 북한 언론동향을 분석하는 글을 올리고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실무진의 협상 폭이 한동안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미북정상회담이든 남북정상회담이든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의 요구에 맞게 좀 변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 사전에 인지돼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정상회담에 나올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43일 만에 회담 결렬에 대한 공식입장을 주민들에게 알렸다”며 “그만큼 내부에서 향후 행방을 놓고 고민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정연설에서 미북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 재개의 조건부를 너무 높이 명백하게 그것도 공개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우리 정부에는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고 제 정신을 차리라고 불만을 표시했다”며 “미국에는 지금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오면 대화하겠다며 올해말까지라는 시간표까지 정해놓았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이 미북정상회담을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하면서도 ‘장기전’이라는 표현과 함께 ‘올해말까지’라는 표현을 혼용한 것은 적어도 상반년에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재선이라는 정치일정에 쫓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신집권자인 김 위원장보다 ‘장기전’에 더 불리하다는 점을 알리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하노이에서 (제재) 해제를 강하게 요구한 것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약점을 노출시키는 전략적 실수로 됐다는 점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장기전’ 대비를 위해 앞으로 북한 경제에서 군수공업의 비중을 낮추고 민수공업 쪽으로 방향을 돌릴 것으로 예측했다.
군수공업이 밀집돼 있는 자강도의 김재룡 위원장을 내각 총리로 임명한 것, 이만건 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노동당 부위원장에 임명한 것 등을 토대로 이같이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역사상 처음으로 군수공업을 줄이는 조치를 취해 나간다는 것 자체가 현 대북 제재가 북한경제의 구석구석을 파고 들고 있다는 것”이라며 국방공업에 대한 투자가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총체적으로 이번주 북한의 동향과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내용을 보면 북한이 현실인정 방향으로 많이 돌아서고 있다”며 “김 위원장도 북한 통제의 한계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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