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론, 기금 고갈로 올 2월 중단
청년 전월세 대출상품 내놨지만 집주인 동의 필수… 이용실적 저조
빚에 쪼들려 사회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청년이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정책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년 지원정책 상당수가 정권에 따라 일회성이나 한시적으로만 운용되다 보니 쉽게 재원 고갈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로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했던 대학생 청년 햇살론은 재원 고갈 문제로 올해 2월 중단됐다.
정부가 기존에 있던 상품에 ‘청년’이란 글자만 붙여 정책을 재탕하고 있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는 지난달 연리 2%대 청년 전용 전·월세 대출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 지자체 등이 금융회사와 함께 운용 중인 상품과 비슷하다. 더욱이 이런 상품을 이용하려면 일반 전세금대출과 마찬가지로 집주인이 질권설정에 동의해줘야 하는데, 집주인이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을 대상으로는 질권설정해 주는 걸 꺼린다. 은행 관계자는 “청년 전·월세 대출 실적이 상당히 저조하다”며 “소득이 적은 청년에게 집주인이 질권설정에 동의해 주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지원정책을 정부 재원 배분 차원에 머물지 말고 청년에 대한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해 퍼듀대 등 미국 명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소득배분약정(ISA)’이 주목할 만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 제도는 학생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 얻는 소득에 비례해 상환 금액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소득이 높으면 지원받은 금액의 2.5배까지 상환하고 소득이 약정한 수준보다 낮으면 적게 상환하는 식이다.
금융 거래가 부족해 제도 금융권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다양한 대출상품이 제공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규제부터 풀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청년이나 주부 등 금융 거래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중금리 대출을 해주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빅데이터 규제를 완화하는 법률 개정안은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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