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과세 혜택 폐지 추진에 반발, 법개정안 통과땐 329억 추가부담
대학들 “영리법인처럼 취급해 과세… 지금도 힘든데 문 닫으란 말이냐”
정부 “수익용만 해당… 의견 듣겠다”
“등록금을 11년 동안이나 동결해 이미 대학 재정은 빈사 상태인데 정부는 거기에 ‘세금 폭탄’을 던지겠다고 한다. 국가 교육 발전엔 관심이 없고 오직 세금을 걷을 생각뿐이다.”(서울 A대 법인 관계자)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입법 예고한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대학가의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그간 비영리단체인 학교법인 소유 토지에 대해 분리과세하던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입법 예고안대로 법이 개정되면 학교법인들은 수백억 원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법인들은 “과거 나라에 돈이 없을 때 ‘인재 양성을 위해 학교를 세워 달라’는 국가의 요청에 독지가들이 사재를 털어 세운 게 사학”이라며 “이제 와서 사학을 적폐로 몰고 학교를 통해 세금 걷을 생각만 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17일 서울지역 사립대학 법인협의회에 따르면 행안부의 입법 예고안이 실행되면 국내 사립대들은 종부세로 296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늘어나는 재산세까지 합하면 총 329억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정부는 학교법인이 1995년 12월 31일 이전에 취득한 토지에 대해 공익성을 인정해 분리과세를 적용해 왔다. 이에 따라 학교법인은 지금까지 0.2%의 단일 세율을 적용받았지만 개정안대로 분리과세 조항이 삭제되면 세율이 0.4%로 두 배가량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협의회는 “이렇게 되면 대학교육 발전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돈이 전혀 없게 된다”고 호소한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의 대학은 등록금 동결 및 인하 정책에 강사법 폭탄까지 맞아 재정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태”라며 “여기에 세금 폭탄을 때리면 사립대들은 다 죽으라는 소리”라고 토로했다.
이에 협의회는 이 개정안을 두고 “교육기관을 영리법인과 같이 취급해 과세하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행안부에 냈다. 현재 국내 학교 중 사립학교 비율은 △초등학교 1.2% △중학교 19.8% △고등학교 40.7% △전문대 93.4% △대학 81.7%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협의회는 “이미 사립학교들은 점점 가중되는 재정 부담에 학령인구 급감으로 존폐를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개정안이 실행되면 지방대부터 폐교 도미노를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4년제 대학뿐 아니라 전문대, 초중고교 학교법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관련 협의회 관계자가 진영 행안부 장관과의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교법인 재정은 개인 이득이 아니라 교육에 재투자되는 돈인 만큼 현행대로 분리과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입법 예고 중이니 찬반 의견을 모두 들어볼 것”이라며 “해당 개정안은 임대료를 받는 수익용 토지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추가 세 부담이 사립대 재정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의 입법 예고 기간은 이달 29일까지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예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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