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 씨(28)는 고1 겨울방학 때 단 2주간의 인턴십을 통해 확장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급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실제 조 씨가 2주 동안 구체적으로 어떤 실험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는 베일에 가려 있다.
21일 동아일보는 병리학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해당 논문(‘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을 검토했다. 전문가들은 실험 자체는 비교적 간단한 편이지만 연구 전제와 방식은 외국어고 1학년생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SCI급 논문을 3편 쓴 한 병리학 박사는 “1저자로서 전체 실험에 관여할 것을 가정할 때 고등학생이 주말을 빼고 2주 동안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실험은 허혈성 뇌손상이 있는 아이와 정상 아이들의 유전자를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이를 위해 신생아의 혈액에 응고방지제를 넣고 백혈구에서 DNA를 추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혈액 시료는 2002∼2004년 단국대병원에서 37명의 환아와 54명의 정상 신생아에게서 채취됐다. 이후 eNOS(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를 증폭(PCR)시킨 뒤 육안으로 유전자의 다형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전류를 거는 전기영동 방식으로 진행됐다.
DNA 추출은 키트를 사용하면 하루 안에 가능하지만 조 씨가 직접 추출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전문 연구자가 DNA를 추출해 모아 놓은 뒤 조 씨는 PCR 실험만 한 번에 실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논문 지도교수(책임저자)인 A 교수도 “실험을 수행하는 전문 연구자(공동 1저자)가 따로 있었고 조 씨에게는 금방 배울 수 있는 단순한 실험만 시켰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PCR 실험은 최소 273번 이상 필요했다. 숙련자라도 일주일이 걸리는 양이다. 전기영동은 한 번에 두세 시간이 걸리는 실험을 27번 넘게 해야 하므로 최소 67시간 이상이 소요됐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실험 설계나 결과 해석에 공헌해야 하는 1저자 자격을 고등학생에게 부여한 건 무리라고 판단한다. 산화질소의 생리적인 역할과 PCR는 인문계 고교 교과과정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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