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결제금액의 최대 11% 환급… 재정부담 커지자 혜택 축소 잇따라
주민간 ‘복지 불균형’ 확대 지적도
인천의 지역 화폐인 ‘인천e음 카드’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재정 부담과 주민 간 ‘복지 불균형’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일부 구에서 결제금액의 최대 11%를 돌려주는 ‘캐시백’을 제공하기 위해 국비·시비 지원 외에 자체 예산을 편성했다가 재정부담이 커지자 혜택을 축소했다. 여기에 현금이 있어야 e음 카드를 충전하고 사용할 수 있어 현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카드라는 지적도 있다.
26일 인천시에 따르면 서구는 ‘서로e음’ 카드로 결제할 경우 총금액의 10%를 캐시백으로 무한 제공했다가 이달 10일부터 다음 달 초까지 100만 원 이하의 사용액에 대해서만 일괄적으로 6%의 캐시백 혜택을 주고 있다.
구는 예산을 확보해 다음 달 초 다시 캐시백 혜택을 조정할 계획이다. 월 결제액 기준으로 당월 30만 원 미만은 10%, 30만∼50만 원은 7%의 캐시백을 지급하고 50만 원 이상은 6%의 캐시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서구는 당초 추경 예산을 편성해 10%의 캐시백 혜택을 유지하려 했지만 발행액(충전액 기준)이 출시 71일 만에 1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자, 캐시백 혜택을 줄였다. 연수구도 월 누적 사용액에 상관없이 11%의 캐시백을 지급했지만 8월부터는 당월 50만 원 미만은 10%, 50만 원 초과 100만 원 이하는 6%의 캐시백을 지급한다. 월 100만 원을 초과하면 혜택이 없다. 미추홀구는 8%의 캐시백을 26일부터 6%(당월 결제금액 100만 원 이하)로 줄였다.
재정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 때문에 남동구는 남동e음 카드 도입을 전격 보류했다. 남동구의회는 e음 카드가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혜택이 적고 막대한 세금이 지속해서 들어간다는 점을 들어 4억 원 규모의 남동e음 추경 예산을 부결했다.
실제로 복지 불균형 현상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사는 주부 J 씨(45)는 11%의 캐시백을 해 준 7월 한 달 동안 총 50여만 원의 캐시백 혜택을 봤다. A 씨는 “무상 복지를 누리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분위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7월 연수e음 카드로 고등학교 아들의 2개월 치 수학과 영어 학원비를 내고 외식비 등을 모두 e음 카드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연수구의 원도심인 연수동에 사는 주부 K 씨(47)는 “e음 카드를 사용하려면 현금을 충전해야 하는데 여유가 없어 7월 한 달간 5만 원의 캐시백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초단체는 e음 카드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입장이다. 연수e음 카드 발행 49일 만인 16일 누적 결제금액 1000억 원을 돌파해 전국 최단 기간 기록을 세운 연수구는 “사용액의 16.4%가 다른 지역 거주자로 외부 유입 효과가 커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수e음 카드가 소상공인과 골목 상권을 살리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수구의회 이강구 의원(송도1∼4동)은 “e음 카드 소비가 쇼핑 편의성을 갖춘 대형 유통업체와 현금 여유가 있는 일부 부유층 주민에게 혜택이 쏠리는 불균형 복지를 양산했다”며 “7월 한 달간 총 7000만 원을 사용한 주민이 770만 원의 캐시백을 받았는데 서민을 위한 카드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인천시는 인천e음 카드가 당초 예상보다 호응이 좋다며 발행 목표액을 1조70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추경을 통해 캐시백 등 필요 예산 596억 원(국비 140억 원·시비 456억 원)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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