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1∼6월) 전국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가 15만 명대로 역대 최소였다. 연간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30만 명을 밑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6월 출생아 수는 15만85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감소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1년 이래 가장 적다. 6월 출생아 수만 놓고 보면 2만4051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8.7% 줄었다. 월간 기준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 이후 39개월째 역대 최소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함께 발표된 ‘2018년 출생통계’ 확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인 32만6822명이었다. 앞서 통계청은 올해 출생아 수를 30만9000명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하반기(7∼12월)에도 감소 폭이 가팔라지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명을 밑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출산을 많이 하는 30대 여성이 줄어들고 결혼 자체가 감소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혼 건수는 출산과 함께 역대 최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신고된 결혼 건수는 12만121건으로 역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출산하는 비율이 낮은 한국에서는 결혼 건수가 출산의 선행지표로 꼽힌다.
만 15∼49세의 가임여성 인구는 2009년 1346만1000명에서 지난해 1231만2000명으로 약 115만 명 줄었다. 이들이 결혼하는 시기도 늦어지면서 출산한 여성의 평균 연령은 같은 기간 31세에서 32.8세로 뛰었다. 결혼 후 2년 내에 첫아이를 낳는 비율도 지난해 60.6%로 전년 대비 5.2%포인트 감소했다. 결혼과 첫아이 출산이 늦어지면서 자연스레 둘째, 셋째를 낳는 비율도 낮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의 비율도 2009년 15.4%에서 지난해 31.8%로 급증했다.
‘저출산 쇼크’는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사상 처음 1명을 밑돌면서 이미 현실화됐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 1명 미만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2017년 기준 OECD 통계에서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적었다.
정부는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한 2006년부터 12년간 152조 원 이상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지만 이 기간 합계출산율은 1.13명에서 0.98명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은 3월 내놓은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의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94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주거, 일자리 지원 등 청년 복지에 초점을 맞춘 그간의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청년들이 경쟁에 내몰리는 사회적 구조 등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관련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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