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3마리 뇌물·경영권 승계 청탁”…‘국정농단’ 쟁점별 대법원 판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9일 2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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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대법원 전원합의체 13명은 29일 오후 2시 국정농단 선고 직전에야 판결문에 서명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67·수감 중)과 최순실 씨(63·수감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에 대한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을 심리하느라 6개월 간 고군분투를 벌였다. 올 2월부터 6월까지 전원합의체 심리를 6번 연 끝에 사실상 심리를 종결했고, 판결문을 다듬는 추가 논의를 하느라 판결이 다시 2개월 늦어졌다. 이를 통해 그동안 엇갈렸던 하급심 판단에 대한 일종의 ‘교통정리’를 한 셈이다.

● “최순실 측에 건넨 말 3마리는 뇌물”

출처 : 사진공동취재단
출처 : 사진공동취재단

김 대법원장 등 10명의 다수의견은 최 씨 측이 삼성에서 받은 살시도와 비타나, 라우싱 등 34억 원 상당의 말 3마리 소유권이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은 뇌물로 봤지만 이 부회장의 항소심은 “말 소유권을 이전해주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뇌물이 아니라는 정반대의 판단을 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최 씨가 2015년 11월 이후로 삼성에 말들을 반환하지 않고 계속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 씨가 말들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말들이 죽거나 다치더라도 손해를 물어줘야 할 필요가 없었던 만큼 실질적인 소유권이 넘어간 게 맞다고 본 것이다. 최 씨와 삼성이 말 3마리의 실질적인 사용 및 처분 권한이 최 씨에게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봤다.

삼성이 말 3필의 소유권을 넘긴 이유는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이 있었다는 점을 근거를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2차례 단독 면담에서 “좋은 말을 사줘라”고 요구했고, 그 뒤 삼성이 최 씨에게 말 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 “경영권 승계 위한 부정 청탁 인정”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다수의견은 또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여 원 지원금을 뇌물로 판단했다. 삼성이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을 위해 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최 씨에게 대가를 지불했다는 것이다.

출처 : 뉴스1
출처 : 뉴스1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정부의 수반으로서 기업체들의 활동에 직간접적 영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만큼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 해결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줄 동기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부정한 청탁은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이지 아니어도 묵시적으로 가능하고, 구체적일 필요도 없다고 했다. “묵시적 청탁이 없었다”는 이 전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와는 정반대의 결론이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뇌물로 인정된 승마지원 용역대금 36억 외에 말 구입액(34억원)과 영재센터지원금(16억원) 등 50억원이 추가로 뇌물로 인정됐다. 뇌물이 회사 돈으로 지급돼 이 부회장의 횡령액수가 뇌물과 똑같이 늘어났다.

● 대법관 3명은 반대의견
출처 : news1
출처 : news1

조희대 안철상 이동원 대법관 등 3명은 다수의견과 전혀 다른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반대의견은 먼저 말 3마리의 소유권이나 실질적 처분권이 최 씨에게 넘어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대의견은 삼성이 차량 2대를 코어스포츠에 팔고 돈을 송금 받았다는 정황에 주목했다. 말 값에 비하면 차량의 금액은 소액에 불과한데 차량 대금은 받고 말 값은 받지 않았다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씨가 말의 패스포트(말 소유자를 표기한 명찰)의 마주 란에 삼성을 기재하지 말아달라는 요구가 있을 뿐 소유권을 요구하는 내용은 없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반대의견은 “(이 부회장이) 최 씨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고 하더라도 말들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이전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반대의견은 또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부정한 청탁의 대가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더라도 그 이유가 영재센터 지원이 아닌 구조조정 등 삼성의 여러 노력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고 봤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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