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삼성의 영재센터 16억 뇌물 인정
롯데와 SK의 자금 지원도 뇌물 맞다고 봐
신동빈에 영향 예상…최태원은 기소 안돼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의 일부 뇌물 혐의를 유죄로 다시 판단하면서 롯데그룹과 SK그룹의 자금 지원도 경영 현안 해결을 위한 뇌물로 인정해 주목된다.
이같은 판단은 신동빈(64) 롯데그룹 회장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유·무죄의 법리적 판단만 하는 상고심을 앞두고 있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삼성과 박근혜(67) 전 대통령 사이 삼성 승계작업 관련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를 토대로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도 뇌물이 맞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 뇌물수수 혐의와 SK그룹 뇌물요구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대기업들의 자금 지원이 박 전 대통령을 통해 최순실(63)씨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대기업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요구해 받은 자금 지원을 모두 뇌물로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신 회장에 대해 “단독 면담의 성격과 시기,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현안의 중요성 등에 비춰 보면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며 “박 전 대통령은 신 회장에게 직무집행 대가로 케이스포츠재단 추가 지원을 요구했고, 신 회장은 직무집행 대가를 인식하고 실제 70억원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2016년 면세점 신규 특허 취득과 관련해 도움을 받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K스포츠재단 지원 배경에 면세점 관련 묵시적 청탁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징역 2년6개월에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2심은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면서도 명시적 청탁을 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풀어줬다. 신 회장의 1·2심 판단이 갈린 결정적 근거는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 지원 요구에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점이다. 앞서 이 부회장 2심도 같은 취지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을 무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같은 판단을 뒤집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신 회장의 상고심 선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 회장의 2심 역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면서도 강요에 의한 뇌물이란 점을 양형으로 참작한 것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만 다투는 상고심에서 양형 요소가 재판단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취지다.
또 대법원은 SK그룹에 대해서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단독 면담에서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 가석방 관련 발언, 워커힐 면세점 관련 발언을 했다”면서 “이는 명시적 청탁에 해당하고, 최씨의 사업 지원 요청이 박 전 대통령의 직무집행 대가관계에 있다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최 회장 역시 경영 현안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관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금 지원을 하려고 했다는 취지다.
다만 최 회장의 SK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범 당시 111억원을 출연했고 이후 추가로 89억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금액 조정 과정에서 결국 무산돼 지원하지 않았다. 이같은 이유로 불기소됐기 때문에 최 회장 역시 이번 대법원 판결이 또 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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