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29일 재향군인회(이하 향군) 등 당초 예정된 공개 행사 참석 일정을 취소하고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개점식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주한미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해리스 대사는 전날 오후 1시께부터 약 1시간 동안 종로구 공평동에 위치한 쉐이크쉑 종각점 개점식에 참석했다.
해리스 대사도 당일 트위터에 “쉐이크쉑은 미국 품종 ‘앵거스 소고기(Angus beef)’ 100%로 만드는 위대한 미국 브랜드”라고 강조하면서 햄버거를 먹는 사진으로 개점식에 참석했음을 직접 확인했다.
해리스 대사가 미국 기업 관련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날 쉐이크쉑 개점식 참석이 눈길을 끄는 것은 앞서 오전 참석 예정이던 안보 주제 행사를 잇따라 취소한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해리스 대사는 당초 이날 오전 11시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향군 행사에서 ‘한반도 안보정세와 한미동맹 강화’를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돌연 취소했다. 또 이에 앞서 오전 9시 30분부터 참석할 예정이었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 ‘DMZ평화경제국제포럼’ 개막식도 잇따라 취소했다.
미 대사관이 별다른 사유는 설명하지 않은 채 행사를 불과 몇시간 남기고 전날 오후 급작스럽게 불참을 통보했다는 점에서 이는 사실상 그날 있었던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해리스 대사간 면담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조 차관은 28일 오후 해리스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최근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공개적이고 반복적인 실망 표시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실상 미국 정부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는 데 대한 항의 차원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해리스 대사가 향군과 KIEP 주최 행사 불참으로 우리 정부에 대한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해당 면담과 관련 외교부는 전날 해명 자료를 내고 “주요 외교업무 상대로서 정기적인 만남의 일환”이라며 “초치라는 단어 사용은 적절치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해리스 대사는 29일 오전에는 별다른 공개 일정을 갖지 않은 채 오후 1시께 미 대사관 인근에 위치한 쉐이크쉑 종각점을 전격 방문했고, 약 1시간 동안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미 대사관 측은 향군 등 행사 취소 뒤 해리스 대사의 당일 오전 일정에 대해서는 확인을 거부했으나, 쉐이크쉑 개점식 참석은 이전부터 잡혀있던 일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쉐이크쉑 측과 사전 조율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쉐이크쉑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해리스 대사의 개점식 방문과 관련 “해당 부분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답 할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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