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 최대 지지기반인 광주전남 민심은 ‘지지’ 쪽으로 돌아선 분위기다.
3일 낮 광주시청 인근 식당가. 삼삼오오 식사하던 직장인들의 밥상머리 화두는 단연 ‘조국 기자간담회’였다.
거리에서 카페에서 만난 시민들도 대부분 조국 기자간담회에 대해 스스럼없이 의견을 내놨다.
◇“모욕당하고 창피당해도 꿋꿋한 조국…진정성 느껴져”
식당가에서 만난 공무원들은 조국 후보의 ‘자세’와 ‘태도’에 대한 평가가 많았다.
한 식당에서 만난 광주시청 공무원 김모씨(50)는 “조국 후보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그렇게 창피당하고 모욕당했다면 진작 포기했을 텐데 조국 후보가 꿋꿋이 버티고 의지를 드러내는 걸 보면서 진정성이 느껴졌고 오히려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함께 식사하던 공무원 박모씨(50)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모든 의혹이 해소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어떻게 사람이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 있겠느냐. 일부 흠결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런 분이 꼭 법무부장관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거들었다.
또 다른 공무원 이모씨(49)는 “조국 후보의 자세가 새롭게 느껴졌다. 11시간 가까이 반복되는 질문에도 흐트러짐 없이 답변하는 걸 보면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 같으면 ‘아까 얘기했잖아’ 하면서 짜증냈을 것”이라고 웃었다.
광주 동구에서 만난 시민 이모씨(48)는 “지금 상황에서 검찰 개혁을 이루고 문재인 정부를 끝까지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조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 후보가 심청처럼 인당수에 빠지려고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는 “언론, 검찰, 정치권과 정면 대응하면서 ‘나는 겨 묻은 개인데 넌 뭐 묻은 개냐’라며 발가벗고 나온 느낌이 들었다”며 “짠하기도 하고 꾹 참고 견뎌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김모씨(52)는 “조 후보의 내공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껴져 신뢰가 갔다”며 “조 후보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 자유한국당은 물론 검찰도 긴장하겠구나, 두려워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반에 강남좌파 얘기하는 조 후보에게서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라고 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 조국 둘러싼 의혹 “대부분 해소” vs “아직 미진”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에서 만난 이모씨(52)는 “기자간담회를 보면서 조국 후보를 둘러싼 의혹은 대부분 해소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웅동학원 문제나 사모펀드, 딸 장학금이나 입학문제는 이해되고 공감이 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조 후보가 ‘가이드라인’을 준다며 답변하지 못하는 부분도 이해됐다”며 “법적인 문제는 검찰이 수사 중이니 알아서 풀 문제이고, 고려대나 단국대, 부산대 문제는 각 대학에서 해명해야 할 부분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광주 동구에서 취업컨설턴트를 하는 박모씨(44·여)는 “사실 여부는 검찰 수사에서 나오겠지만, 애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조 후보의 상황도 이해가 됐다”며 “10년 전의 상황을 지금의 시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반면 조 후보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광주 서구 금호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주모씨(47·여)는 “조 후보가 ‘다시 알아보겠다’거나 ‘파악해보겠다’는 등 마무리를 못 하는 멘트가 많았다”며 “사모펀드 등 정확한 답을 하지 않아 여전히 의혹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광주 남구 봉선동에서 만난 오모씨(47)도 “자녀에 관련된 부분인데 아빠가 몰랐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사모펀드도 10억원 이상 투자하면서 잘 알아보지도 않고 했다는 부분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의문을 드러냈다.
◇ 조국 계기…“국민 눈높이 맞는 공직자 기준 생겼으면”
광주 북구 운암동에서 만난 이모씨(47·여)는 할 말이 많은 듯 조국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이씨는 “기자간담회를 보면서 현 정치인들 중 도덕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했다”며 “조국을 통해 생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좌파에 대한 서운함도 있다”며 “강남좌파도 개혁하고 혁신하는 주체가 될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좋은 사회로 가려면 강남좌파도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제도와 계급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이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외고 학생들이 영어로 논문 쓰고 논문 제1저자가 되는 게 있다는 것도 몰랐다”며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계급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보며 서글프기도 하지만, 이번 기회에 그들만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조국 후보는 검찰개혁을 하기 위해 다 까발려졌다”며 “이번 기회에 어두운 곳에 곰팡이처럼 피어있는 계급적이고 차별적인 그들만의 세계를 낱낱이 까발려, 젊은이들 분노하는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타기를 통해 환경운동을 하는 김모씨(52)는 ‘국회의 역할’을 주문했다.
김씨는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조국 기자 청문회’는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해 발생한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청문회를 통해 속시원하게 입장을 들을 수 있도록 국회 스스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치평동에서 만나는 강모씨(32)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면서 학습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조국 후보가 지금 물러서면 똑같아지고 만다는, 그래서 아프더라도 묵묵히 가는 것 같다. 설령 끝까지 못 가더라도 검찰을 개혁하고 사회를 바꾸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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