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받을 나이에도 근로 계속, 5년새 2배… 일하는 노인 사상최대
일각 “고용보험 연령 늦춰달라”, 정부 “단기 일자리 전전 가능성 커”
“아직도 건강하고, 일도 할 수 있는데….”
2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 실업급여 창구를 찾은 백모 씨(72)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경비원으로 일했던 백 씨는 2차 실업인정일인 이날 구직 관련 교육과 상담을 받았다. 실업급여를 타려면 실업인정일에 고용센터를 찾아 구직활동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그는 “매월 국민연금 52만 원을 받지만 먹고살기 빠듯하다”며 구직활동 안내사항이 적힌 책자를 연신 읽었다.
법정 노인 연령 기준인 만 65세가 지났지만 일하려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고령층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5일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업급여 수급자 중 65세 이상 비율은 2014년 2.1%(2만5247명)에서 지난해 4.3%(5만6211명)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 1∼7월에는 벌써 4만8117명이 받았다.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104만2791명)의 4.6%다.
65세 이상 실업급여 수급자의 증가는 기초연금을 받을 나이임에도 다시 일자리를 구하는 고령층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받을 수 있는데 65세 이후 새 일자리를 얻을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다만 65세 이전에 고용보험에 가입한 뒤 계속 일했다면 65세 이후에 실직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일하는 고령층은 사상 최대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65∼79세의 고용률은 40.1%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포인트 올랐다. 이들의 실업률은 2.5%로 지난해(1.9%)보다 0.6%포인트 늘었다.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중 65세 이상 비율도 2014년 3.7%(44만2022명)에서 올 6월 5.3%(72만9510명)로 증가했다.
일하는 노인들 사이에서는 65세 이후 새 직장을 구해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이 나온다. 65세 이상이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것은 생산가능인구(15∼64세)에 들지 않는 데다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연금이 근로소득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2015년 정년퇴직하고 지난해 7월 중소기업에 다시 취직한 박모 씨(66)는 최근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라며 1년간 낸 보험료를 돌려받았다. 박 씨는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고용보험 가입 연령을 현실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가입 대상 연령 조정에는 부정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연령이 높아지고 있어 검토는 해봐야 한다”면서도 “65세 이상은 단기 일자리를 전전할 가능성이 높아서 실업급여 수급이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고령사회에 맞춰 고용보험 제도를 보완하고 민간이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공급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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