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6위 태풍 볼라벤 경로 따라 서해안 북상… 제주산간 400mm 폭우
항공기 결항-여객선 운항중단 속출, KTX-고속도로 통행 제한도 검토
정부, 위기경보 ‘경계’로 격상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홍콩이 제출한 이름으로 ‘소녀’를 부르는 애칭)은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면서 최대 풍속 초속 37∼40m의 강풍을 몰고 온다. 이는 기차가 넘어지거나 가로수가 뿌리째 뽑힐 정도의 위력이다.
특히 제주와 서해 남해 등 해안 지역에는 순간적으로 초속 55m가 넘는 매우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보됐다. 초속 50m 이상의 바람은 콘크리트 건물도 붕괴시킬 수 있다. 강풍 반경도 360∼380km에 달해 한반도 전역이 태풍 영향권이다. 기상청은 “제주와 흑산도, 백령도 등 서해상 섬 지역에 기록적인 강풍이 불 수 있다”며 “피해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태풍의 경로와 바람의 세기를 볼 때 링링은 2012년 태풍 볼라벤과 유사하다. 2012년 8월 20일에 발생한 볼라벤은 서해안을 따라 북상해 같은 달 28일 북한 황해도에 상륙했다. 이때까지도 최대 풍속 초속 36m의 강한 중형급 태풍이었다. 볼라벤이 전남 완도를 지날 때 기록한 최대 순간 풍속은 초속 51.8m로 역대 여섯 번째였다.
기록적인 바람 탓에 당시 볼라벤은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전국의 190만 명이 정전 피해를 겪었고, 9000ha 규모의 농장이 피해를 입어 태풍이 지나간 뒤 과일과 채소 가격이 폭등했다. 볼라벤 때 재산 피해액은 6365억 원. 역대 태풍 피해 규모로는 루사(2002년)와 매미(2003년), 올가(1999년)에 이어 4위였다.
6일부터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이날 오후 8시를 전후로 제주공항 항공기 이착륙이 모두 금지됐다. 여객선 운항도 통제됐다. 항공과 선박 운항 제한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10개 국립공원과 270개의 탐방로 출입이 통제됐다. 해수욕장, 둔치 주차장 등도 대부분 통제됐다. 특히 코레일과 한국도로공사는 바람이 강하게 불 경우 열차 운행과 도로 통행 제한도 검토 중이다.
강한 바람이 불 땐 아예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초속 15m 이상의 바람만 불어도 벽에 붙은 간판이 떨어질 수 있고 초속 25m 이상의 바람이 불면 똑바로 서서 걷기 어렵다. 집안의 문과 창문은 미리 닫아두고, 바람이 심할 땐 가급적 창문이 없는 방이나 욕실 등 집안의 가장 안쪽에 가 있는 것이 좋다. 도심에서도 시설물이 떨어질 수 있는 공사장이나 전신주, 물이 급격하게 찰 수 있는 지하 공간은 피해야 한다.
기상청은 태풍으로 8일까지 제주와 남해안 인근에는 100∼200mm, 제주 산간에는 400mm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중부와 전라는 50∼100mm, 충남 서해안과 전라 해안가에도 150mm 이상의 비가 내린다.
정부는 6일 위기경보 ‘경계’를 발령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했다.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귀국 직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태풍의 진행 경로와 대처 상황을 보고받고 시설물과 선박, 타워크레인 등의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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