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권력형 성범죄 상징…유사 피해자 희망"
일각 "1·2심 너무 달라…호감 있었던것 아닌가"
대법원, '비서 성폭행 혐의' 안희정에 실형 확정
무죄→실형, 진술 신빙성·성인지감수성 등 핵심
수행비서 김지은(34)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가 실형을 확정받을 것을 두고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되고 있다.
성인지감수성을 판단 근거로 활용한 것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1·2심 판결이 너무 달라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오는 분위기다.
9일 직장인 여성 이모(26)씨는 “우리 사회의 권력형 성범죄, 위력에 의한 성범죄를 상징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이번 판결의 의의가 특히 크다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이 다시 한 번 성인지감수성을 강조한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1·2심 선고가 워낙 ‘극과 극’을 달렸기 때문에 여러모로 힘들었을 피해자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판결이었으면 한다”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또 다른 피해자들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여성 유모(30)씨 역시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 같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모호한 윗사람들의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번 판결이 그 윗사람들의 미묘한 언행을 자중시킬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여성 양모(30)씨도 “공식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인정한 판결이 나온 것”이라며 “비슷한 상황에 놓인 피해자들을 구제할 선례가 생겼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고 했다. 반면 직장인 남성 김모(29)씨는 “정당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혐의가 사실일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는 “당사자가 아니라 말하기엔 조심스럽지만 1심과는 전혀 다른 판결이 나왔다”며 “이런 판결 자체를 완전히 신뢰해도 될지에는 의문이 있다”고 했다.
강모(34·남)씨도 “1심과 너무 달라 의문이 생기긴 한다”며 “보도된 정황 만으로 보면 서로 호감이 있는 것처럼 보여서 더욱 그렇다”고 했다. 이어 “물론 위력에 의한 성범죄가 갖는 무게를 감안해야겠지만 여러 정황을 놓고 볼 때 실형은 과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 전모(32·남)씨는 “핵심 쟁점은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여부가 아니라 피해자가 느끼는 압박이었다고 본다”며 “대법원은 그것을 인정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직장에서 이같은 사례가 확실히 인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이날 오전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성폭력 사건에서 법원의 성인지감수성을 강조한 판결이다.
재판부는 “김씨 등의 진술이 일관되고 내용이 구체적이며, 모순되는 부분이 없어 신빙성이 있다”며 “김씨가 범행 전후 보인 일부 언행 등이 피해자라면 보일 수 없는 행동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며, 그런 사정을 들어 진술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안 전 지사의 지위나 권세는 김씨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무형적 세력”이라며 “안 전 지사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직전과 후에 안 전 지사 및 김씨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업무상 위력으로 성폭행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에서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업무상 위력으로 4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김씨를 5차례 강제추행하고, 1차례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 있었지만 이를 행사하진 않았고,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김씨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비합리적이지 않으며, 모순이 없다”면서 “적극적으로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혐의 대부분 유죄로 판단,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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