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향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독재자”라고 불렀다고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은 해당 발언은 미국과 이집트의 불편한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독재자’ 발언이 등장한 것은 지난달 26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다.
미-이집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엘시시 대통령을 기다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집트의 당국자들이 대기 중이던 회담장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독재자는 어디에 있냐?”며 그의 행방을 물었다.
현장에 있던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농담을 한 것으로 이해했다면서도 그의 질문에는 다들 침묵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회담장에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 사미흐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 바바스 카멜 이집트 정보국장 등 양국의 고위 각료들이 함께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 발언에 대해 엘시시 대통령이 보고를 받거나, 직접 들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엘시시는 국방부 장관이었던 2013년 7월 이집트의 첫 민선 대통령인 무함마드 무르시를 쿠데타로 축출한 뒤 2014년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올랐다.
올해 4월에는 대통령의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고 연임 제한 조항도 완화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2030년까지 집권할 길을 마련했다.
유엔, 미 국무부와 비정부단체(NGO) 등은 엘시시 행정부가 반대 세력에 대해 고문과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실제 엘시시 대통령이 주도한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도 6년간 교도소 독방에 외부와 단절된 채 갇혀 있다가 지난 6월 급사한 바 있다.
그러나 양국은 양자회담이 끝난 직후 매우 유화적인 성명을 내놨다.
이집트 대통령실은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엘시시 대통령이 지역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정부가 안보와 안정은 물론, 경제적 성장세를 실현하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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