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국 바탕에 새마을운동”… 文대통령, 보수층 끌어안기 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0일 03시 00분


취임후 새마을지도자 대회 첫 참석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늘의 대한민국 밑바탕에는 새마을운동이 있다”며 “새마을운동의 현대적 의미를 계승해 발전시켜 나가자”고 밝혔다. 보수 진영이 경제 발전의 상징으로 꼽는 새마을운동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 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야권에서 나오는 통합 및 연대 움직임을 겨냥한 행보라고 지적하며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기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전국새마을지도자 대회’에 참석해 “국민들은 새마을지도자들의 헌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새마을운동 관련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새마을운동으로 우리는 ‘잘살아보자’는 열망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오늘 우리가 기적이란 말을 들을 만큼 고속 성장을 이루고 국민소득 3만 불의 경제 강국이 된 것은 들불처럼 번져간 새마을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1997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의 기적을 이끈 것도 새마을 지도자”라며 “지역 발전의 주역이 돼 주었고 국민이 아플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손을 잡아준 새마을 지도자와 가족 여러분께 대통령으로서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은 과거의 운동이 아니라 살아있는 운동이 돼야 한다”며 “새마을운동이 조직 내부의 충분한 협의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생명, 평화, 공경운동으로 역사적인 대전환에 나선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이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인 ‘포용적 성장’과 신남방정책에 기여하길 기대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집권 첫해 이른바 ‘적폐사업’으로 새마을운동 관련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된 가운데 2017년 11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동남아 정상들로부터 호평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새마을운동을 비롯해 전 정부 추진 사업도 성과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사흘 만에 새마을운동 관련 행사에 직접 참석한 것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970년 박정희 정부가 내세운 구호인 ‘잘살아보세’를 인용하는 등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보수층 달래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박근혜 사면론’과 연계해 내년 총선을 겨냥한 보수 갈라치기 행보라는 반발도 나온다.

야당 관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박정희 정신’을 두고 논란이 나온 가운데 보란 듯이 새마을운동 정신 계승을 언급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에 ‘박근혜 변수’를 던져 판을 흔들어보려 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의 현대적 의미가 ‘생명, 평화, 공경’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새마을 정신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예산 삭감 시도, 교과서 지우기 등 문재인 정권 들어 새마을운동이 겪은 수모는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이어 “본래 새마을 정신은 근면, 자조, 협동”이라며 “정권 입맛에 맞게 재단할 게 아니라 새마을 정신의 근본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보수 정권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중 한 번씩은 참석했던 행사”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이지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새마을운동#2019 전국새마을지도자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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