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며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고 할 수 있지만 서울 집값은 급등하고 지방 집값은 침체되며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관련 질문을 받고 “서울 쪽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정부가 강도 높게 합동조사를 하고 있고 여러 (다른) 방안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금 방법으로 (가격을) 못 잡으면 보다 강력한 여러 방안을 강구해서 반드시 잡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강력한 방안’은 불법 증여 및 대출 등 위법 행위를 엄정하게 색출하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추가 확대하는 대책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규제로 실수요자가 대출을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의 강력한 규제 기조를 이어갈 뜻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2년 반 동안 내놓은 규제 덕분에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정도로 안정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과거 미친 전월세라 불렸던 전월세 시장도 우리 정부 들어 아주 안정돼 있다”고 했다.
이날 서울에 사는 워킹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민혜 씨는 “전국적으로 보면 안정화 추세라고 했지만 서울은 그렇지 않다. 전월세보다 내 집 하나 마련하는 게 서민들의 꿈인데 그 내 집 마련이 어려울 만큼 서울 집값이 올랐다”고 했다. 그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수 있게 양도소득세를 낮추고 대신 보유세를 높여 무주택자들이 집 한 채를 가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양도세와 보유세 문제는 참고하겠다”고 했을 뿐 뚜렷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1.08% 올랐다. 지난해 9·13부동산대책 발표 후 7개월간 하락했지만 올 7월부터 20주 연속 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는 3.3m²당 매매가가 1억 원을 돌파한 아파트도 생겼다. 반면 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 외 지방 아파트값은 6.23% 떨어졌다. 공급 과잉 지역과 울산, 경남 거제시 등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지역 중심으로 오랜 기간 하락세가 이어진 만큼 현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은 이 기간 0.08% 하락했지만 서민들이 체감할 정도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특히 최근 강남 전세금은 특목고 폐지 발표 등의 영향으로 가파른 상승세다.
문 대통령은 규제 대책 외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기 신도시를 포함해 수도권에 30만 채를 짓고 있고 신혼부부와 청년들을 위한 주거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신혼부부들은 이미 이 같은 정책의 좋은 점을 체감하고 있고 청년들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청년주택 75만 채가 조성되면 청년들도 주거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고 체감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것은 역대 정부가 항상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며 “우리 정부는 성장률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는 대통령의 인식과 달리 서울과 지방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과세나 세무조사 등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로 시장을 안정시키려 하거나 3기 신도시로 서울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구상은 효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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