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기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튿날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을 방문, 이 기관의 협력사 직원 1만 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깜짝 선언했다.
그로부터 넉 달 후인 9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B상무는 아들의 이력서를 들고 당시 한창 건설 중이던 제2여객터미널의 한 사업소로 찾아가 채용을 요청했다. 그 후 공지된 채용공고에 24명이 지원했지만, 면접 자격을 얻은 사람은 B상무의 아들이 유일했다. B상무의 아들은 2017년 10월 협력사에 채용됐으며, 현재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다.
#3 2016년 2월 한국토지주택공사 모 본부의 C단장은 자신의 처제가 모 센터의 기간제 근로자 채용시험에 응시하자, 센터장에게 처제가 응시한 사실을 알려주며 채용을 부탁했다. 이에 센터장은 채용 담당자에게 ‘처제 채용’을 요청했고, 이 담당자는 이 사실을 면접전형 평가위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처제의 이력서 하단에 ‘C단장 처제’라고 직접 기입했다. C단장의 처제는 면접전형 1위로 채용시험에 합격했으며,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2017년 12월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됐다.
#4 한전KPS㈜는 발전설비 및 송·변전설비에 대한 관리와 정비공사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자회사. 2015년 11월 이 회사 D과장은 자신의 아들을 다른 사업처에서 수행하는 모 정비공사의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해줄 것을 청탁했다. 청탁받은 사람은 D과장과 평소 친분이 있던 이 사업처 소속 팀장. 이에 해당 팀은 채용공고를 내지 않은 채 D과장의 아들과 전화로 면접 날짜를 협의한 뒤 채용했다. 2018년 4월 D과장의 아들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정규직인 별정직 5급으로 전환됐다.
#5 한국산업인력공단의 E과장은 자신이 근무하는 지사에 자신의 아버지를 채용공고 등 공개 절차가 면제되는 일용직 근로자로 채용했다. E과장의 아버지는 2014년 6월부터 2018년 7월까지 4년간 매달 계약을 갱신하며 일용직 근로자로 일했다. 사실상 기간제 근로자와 다름없이 근무한 것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공공기관 채용비리 문제가 사회적 도마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있다.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과거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적극 조사하는 측면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채용비리도 적잖다. 9월 30일 감사원이 서울교통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PS,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비정규직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채용비리 실태가 일부 확인됐다.
‘전원 정규직화’ 선언 1호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문 대통령이 다녀간 이후 협력사에서 3604명을 신규 채용했는데, 이들 중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직원의 친인척은 20명, 협력사 임직원의 친인척은 73명인 것으로 드러났다(표1 참조). 가족관계는 형제(38명), 부자(24명), 조카(14명) 순으로 많았고 남편이나 아내를 신규 채용한 경우도 8건에 달했다. 향후 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두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및 협력사 임직원이 자신의 가족을 들이밀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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