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벌론으로 유명한 효종은 나이 서른이 되던 즉위년(1649년)부터 지금의 당뇨병인 소갈병(消渴病)을 앓았다. 황금탕, 양혈청화탕, 청심연자음을 복용했는데 모두 동의보감에 쓰인 소갈병 처방이다. 효종은 우암 송시열이 상소로 나무랄 만큼 식탐이 심했다. 그 때문일까. 효종의 건강은 즉위 10년 차(1659년)에 들어서면서 악화됐다. 다리가 가늘어지고 힘이 없어지는 등 하지에 당뇨병성 신경변증이 찾아왔다. 심한 갈증으로 새벽에 깨 물을 찾는 경우가 잦아지며, 이불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의 도한증도 찾아왔다. 침을 놓으면 침구멍이 막히지 않고 진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결국 그해 5월 종기를 치료하기 위해 침으로 사혈(瀉血)을 하다 피가 멎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겨우 마흔 살 때였다.
효종의 죽음이 급작스러웠다고 하지만 그 징조는 그해 1월부터 나타났다. 감기 증상을 앓던 효종은 연일 비 오듯 땀을 쏟았다. 감기는 기침과 천식으로 이어져 3월 들어서도 회복되지 않았다. 코가 막히고 냄새를 가리지 못하며 맛을 구별할 수 없는 증상으로 변했는데, 20여 일 동안이나 계속된다. 승정원일기는 ‘감기는 풀렸으나 기침이 남아있고 폐장이 허약해 목소리가 잠기고 코가 막힌다고 진단하면서, 내의원이 두 달간 약물과 침으로 치료해 후각이 돌아왔다’고 쓰고 있다.
후각 기능의 장애는 호흡성, 말초신경성, 혼합성, 중추성 등으로 분류한다. 호흡성 후각 장애는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만성 부비동염 등의 질환에 의해 냄새 입자가 콧속 감각세포(후세포)에 도달하지 못해 일어난다. 말초신경성과 중추성, 혼합성은 후각 기능, 즉 신경 자체가 감퇴되는 경우다. 사실 코의 후각 중 냄새보다 낌새를 느끼는 야곱슨 기관도 있다. ‘코’의 저자 라이얼 왓슨은 이성을 유혹하는 페로몬 정보나 주변 신호를 포착하여 낌새를 느끼는 중요한 곳으로 보았다. 루소가 냄새는 기억과 욕망의 감각이라는 말이나, 니체가 육감이자 직관적 지식의 감각은 냄새라고 한 말과 연결된다.
감기 후유증으로 생긴 후각 장애를 한의학에선 ‘불문향취(不聞香臭)’ 증상이라고 한다. 불문향취의 이유가 콧물이 공기의 흐름을 막아서 생긴 것이므로 치료법도 코를 뚫어주고 콧물을 말려 없애는 것에 집중된다. 코를 뚫는 데는 맵고 따뜻한 약물을 사용하고 콧물을 말리는 데는 여택통기탕이 쓰인다. 여택(麗澤)은 원래 주역에 나오는 말로 ‘벗끼리 함께 공부하고 수양하여 학문을 증진한다’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공기가 통하는 숨길’인 청도(淸道)를 의미한다. 반대로 위축성으로 코 내부의 점액이 바짝 말라붙어 냄새 입자를 포착하지 못할 때는 보중익기탕에 맥문동을 쓴다.
효종은 대중적 처방 대신 독자적인 처방을 적용해 효험을 봤다. 기혈이 모두 쇠진해 생기는 전신쇠약증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팔물탕이라는 처방이었다. 효종이 팔물탕을 복용한 후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감각이 되살아났다는 사실은 당뇨병과 그로 인한 합병증이 기혈이 완전 고갈될 정도로 심각했다는 방증이다. 효종은 후각 장애를 치료한 후 두 달 만에 사혈 치료를 받다 피가 멎지 않아 급사했다. 의학적으로 그의 죽음은 이미 왕이 되던 첫해부터 예고됐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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