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본 세상]식사, 운동, 스트레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6일 03시 00분


창원힘찬병원 이수찬 대표 원장
창원힘찬병원 이수찬 대표 원장
의사인 A 씨는 ‘속식가(速食家)’다. 전공의 시절부터 시간에 쫓겨 불규칙한 식사를 한 탓인지 음식을 빨리 먹는 습관은 지금도 고쳐지지 않는다. 외과 의사들이 대부분 그렇듯 마취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식사를 빨리 한다. 의사가 아닌 지인들과 식사할 기회가 있으면 항상 A 씨가 먼저 밥그릇을 비우고 숟가락을 놓기 일쑤다.

삼시세끼 챙겨먹기가 힘들어 음식을 한번에 몰아서 먹기 때문에 폭식을 하기도 하고, 아침 일찍 수술 스케줄이 잡히면 아침밥을 거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A 씨는 달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한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다. 또 국물을 좋아해 국을 먹을 때는 건더기보다는 국물을 마시듯 들이켠다. 국물에는 나트륨이 많아 콩팥 건강에도 좋지 않은데 말이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는 항상 금연과 절주를 강조하지만 정작 술을 끊을 수가 없다. 후배 의사나 직원들의 회식 초대를 거절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술과 함께하는 진솔한 대화도 그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삶의 낙이다.

진료와 수술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귀가하면 피곤이 쌓여 소파에 몸을 던진다. TV를 틀어보지만 10분도 채 넘기지 못하고 잠에 빠진다. 환자들에게는 입버릇처럼 운동을 꾸준히 하라고 하지만, 퇴근 뒤에는 긴장이 풀어져 ‘와식(臥食)’ 생활에 어느덧 길들여져 버렸다.

사실 A 씨는 다름 아닌 필자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치부를 드러낸 듯해 부끄럽다.

‘의사처럼 살지 말고, 의사가 말하는 것처럼 살면 평생 건강을 유지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항상 환자들에게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고, 때론 강요하기도 하지만 실천하지 않는 의사 본인은 오히려 환자가 되고, 의사의 말을 귀담아듣고 실천하는 환자는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새해 시작과 함께 ‘식사, 운동, 스트레스’ 이 세 단어를 결심의 크기만큼 꼭꼭 눌러 적어본다.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고 식상한 말이지만 건강에는 빠지지 않고 항상 거론되는 이 세 가지를 올해는 꼭 실천해보려 한다. 그리고 내가 책임지고 돌봐야 할 환자들이 있는 한 올해는 꼭 건강을 챙기는 한 해가 되리라고 다짐한다.

창원힘찬병원 이수찬 대표 원장
#진료실에서 본 세상#창원힘찬병원#새해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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