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는 여야 간 막바지 진통 끝에 결국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 본회의를 열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은 6일 본회의를 이날로 미루면서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철회하고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전날 단행된 검찰 인사 후폭풍이 간만에 이뤄질 뻔했던 여야 협치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측근을 모두 좌천시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를 ‘검찰 학살’이라 비판하며 본회의 연기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를 거부하고 ‘4+1’(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체제를 급하게 재가동해 예정됐던 오후 2시보다 5시간 늦은 7시 5분 본회의를 열었다.
이날 일사천리로 2시간 40여 분 만에 198개의 민생법안을 표결처리한 민주당 등 4+1은 패스트트랙 안건 중 형사소송법도 상정했다. 다만 상정 직후 문희상 국회의장은 “무제한토론을 할 의원이 없다”며 토론 종결을 선포했다. ○ 합의해 놓고도 결국 반쪽 본회의
민주당과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비롯한 유치원 3법 등 쟁점법안은 이날 상정하지 않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하지만 오후 3시 시작된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검찰 학살로 엄중한 시국에 무기력한 대응”이라며 검찰 인사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면서다. 결국 심재철 원내대표는 의총 도중 나와 기자들에게 “검찰 ‘학살 인사’에 대해 격앙된 목소리가 많았다”며 “법안 처리보다 훨씬 중요한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적 정체성을 흔드는 폭거 앞에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본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국당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에 국회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날 오후 5시 긴급 의총을 열고 대책회의를 진행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는 한국당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본회의는 무조건 열겠다”고 했다. 직후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의결정족수(148석)를 맞추기 위해 국회 밖에 있는 4+1 협의체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고 민주당 소속 장관들까지 부랴부랴 불러 모았다. 한 시간이 지나서야 151명으로 정족수를 3명 넘겼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개의한 이후 30초에 1건꼴로 민생법안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 천신만고 끝에 본회의 통과한 민생법안들
이날 국회에서 처리된 민생법안은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연금 3법’(국민연금법, 기초연금법, 장애인연금법 개정안), ‘DNA법’(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 일부개정안 등 198건이다. 이날 오전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뒤 가까스로 본회의에 올라간 데이터 3법의 경우 여느 법안과 달리 반대 토론 및 기권표도 이어졌다. 특히 신용정보법에 대해선 정의당 의원 등 15명이 반대했고 민주당 의원 상당수도 기권했다.
저소득 노인과 장애인, 농어업인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연금 관련 3법도 이날 법사위 문턱을 넘어 본회의에 올랐다. 만약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수급자 약 165만 명은 월 5만 원씩 인상된 연금 혜택을 못 받게 될 상황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개정됐어야 하는 DNA법 개정안도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올랐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DNA 채취를 위한 영장 발부 과정에서 당사자가 의견 진술을 하거나 불복할 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현행법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또 ‘선박의 윤창호법’이라 불리는 해사안전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기존에는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만 규정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기준이 3가지로 나뉘고 처벌도 최대 징역 5년으로 엄해졌다. 구체적으로는 △혈중알코올농도 기준 0.03∼0.08%는 징역 1년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0.08∼0.2%는 징역 1∼2년 또는 벌금 1000만∼2000만 원 △0.2% 이상은 징역 2∼5년 또는 벌금 2000만∼30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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