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황교안 대표와 홍준표 전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의 출마 지역구를 잇는 ‘서울 한강벨트’ 구상을 띄워 수도권 총선을 치를 계획을 짜고 있다. 하지만 홍 전 대표의 출마 지역을 둘러싼 충돌이 막판 변수다.
당 핵심 관계자는 11일 “당의 대선주자급 인사들을 서울로 집결시킨 뒤, 각개 또는 연합 전선을 펼쳐 문재인 정권 심판을 호소한다면 당 기세를 올릴 수 있고 민심도 움직일 것으로 본다”고 서울 한강벨트 구상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황 대표의 종로를 중심으로 나 전 원내대표의 동작을, 오 전 시장의 광진을에 홍 전 대표의 동대문을까지 더해 서울에서 한꺼번에 정권 심판의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특히 여권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김두관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의 간판급 주자들이 불출마하거나 지방으로 내려가고,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이나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청와대 참모급 인사들을 출격시키고 있는 것과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전략이다. 한국당에서 옛 바른정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의 서울 출마론이 아직까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국당이 한강벨트 구상을 완성하려면 2017년 한국당 대통령 후보였던 홍 전 대표가 서울에 출마해야 한다. 홍 전 대표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에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 때문에 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홍 전 대표를 찾아가 서울 동대문을 등 서울 강북의 지역구 두 군데를 제시하면서 11일까지 결정하라고 최후통첩했다. 김 위원장은 “황 대표도 종로로 나서겠다고 했고, 유승민 의원도 통합신당에 백의종군 참여한다고 했다”면서 “당의 대표급 주자들이 따라가리라고 믿는다”고 홍 전 대표를 압박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서울로 올라오라는 것은 (종로에 나가는) 황 대표의 백댄서를 하라는 것인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공관위 마음대로 결정하라”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서울만 험지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문재인의 성지’(경남 양산)이나 ‘노무현의 성지’(경남 김해) 등은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만 답했다.
경남 양상을에 출마하는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권 경쟁자를 험지로 보내 제거하려는 황 대표의 집념이 무섭다”고 한뒤 홍 대표를 겨냥해선 “양산으로 오라. 황 대표의 서울 백댄서보다야 대장을 자처하며 병졸(김 의원)과 싸우는 것이 낫지 않나”라고 적었다. 하지만 한국당 공관위는 경남 양산은 김태호 전 최고위원에게 출마하라고 제의를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고향(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 출마해 전체가 격전지인 부산·경남 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공관위의 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나 김 전 최고위원은 무소속 출마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당 공관위는 이날 밤까지 홍 전 대표와 김 전 최고위원의 ‘험지출마’ 수용 의사를 기다려본 뒤 12일 공관위 회의에서 이들의 출마 지역을 결정할 계획이다. 공관위는 또 한때 종로 출마를 저울질했던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세종시에 공천키로 했고 김 전 위원장도 이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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