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참상 알린 외국인들, 40년 만에 광주서 연대한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16일 0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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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평화봉사단원 등 5월19일 아시아포럼서 항쟁 경험 공유
"국가폭력 실상 들춘 외국인 활동상 재조명, 진상규명 도움"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참상을 세계로 알리기 위해 힘쓴 푸른 눈의 이방인들이 5·18 40주기를 맞아 연대한다. 국가폭력의 실상을 들춘 이들의 활동상이 재조명받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1980년 5월 광주시민과 함께한 미국 평화봉사단(Peace Corps) 단원 4명 등 미국·독일인 9명이 올해 5월17일 광주를 찾아 40주기 정부 주관 기념식에 참석한다.

오는 5월19일 광주 서구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아시아의 정의·평화를 위한 연대’를 주제로 열리는 광주아시아포럼의 ‘해외 기여자-기억과 연대’ 분야 회의에 참여한다.

이들은 포럼에서 1980년 5월 광주 민중항쟁 경험담을 밝힌다. 계엄군의 잔혹한 학살과 헬기 사격 목격담, 총상을 입은 시민을 수습했던 일화 등 열흘간 핏빛으로 물든 광주의 상황을 생생히 증언할 것으로 보인다.

항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시민들을 도운 이유와 항쟁이 갖는 의미 등도 역설할 것으로 관측된다.

포럼 발제자 중 평화봉사단원 출신은 폴 코트라이트(Paul Courtright), 데이비드 돌린저(David Dolinger), 도널드 베이커(Donald Baker), 빌 아모스(Bill Amos)다.

1980년 5월 광주서 인류학 연구 중 항쟁 전 과정을 목격하고 학술 서적을 발간한 린다 루이스(Linda Lewis, 당시 컬럼비아 대학원 박사과정)도 포럼에 참여한다. 미국 정부의 5·18기밀문서를 공개한 미국 언론인 팀 셔록 등도 발제에 나선다.

평화봉사단원들은 1974년부터 1981년까지 광주·전남에서 보건·의료 증진 봉사, 장애인 시설 봉사, 한국인 영어 교육 등을 했다.

코트라이트와 돌린저는 1980년 5월 광주서 체류하며 항쟁에 참여한 단원들이다. 계엄군의 구타·총격에 다치거나 숨진 시민들을 수습하는 것을 도왔다.

1980년 5월25일 ‘광주를 즉시 떠나라’는 대사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미국 타임지와 AP통신 등 외신 기자들에게 광주 곳곳을 안내하며 ‘귀와 입’ 역할을 했다.

돌린저는 동료 단원 3명과 5월27일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상무충정작전으로 숨진 시민군 시신 수습을 돕는 등 끝까지 시민과 함께했다.

당시 코트라이트는 광주 참상을 알리려고 주한 미국대사관을 찾았다. 그는 오는 5월 한미 양국에서 ‘5·18 회고록’을 출간한다.

도널드 베이커는 항쟁 때 헌트리 목사의 사진 촬영 필름을 미국으로 반출했다. 현재 컬럼비아 대학교 한국학과장으로 5·18 학술 연구에 힘쓰고 있다.

빌 아모스는 1999년 동료 단원의 증언과 현지 조사를 토대로 5·18 소설 ‘기쁨의 씨앗(The Seed of Joy)’을 펴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1980년 6월10일 미국 국무부장관에게 보낸 문서(광주 소요에 대한 거주자의 견해)에서 평화봉사단원의 활동을 ‘자랑스럽다’고 평가했다.

전두환 신군부 세력은 1980년 7월 외신이 단원의 증언을 바탕으로 ‘5·18의 잔혹상이 감춰져 있다. 사망자 수도 축소 발표됐다’는 보도를 하자 외국인 사찰·감시를 강화했다.

단원의 신원 조사 보고서를 관계 기관에 전달하고 미국 등 각국 정부 대사관에 강하게 항의했다. 권력 찬탈용 학살을 감추기 위해 각종 허위 문건으로 단원의 활동 자체를 왜곡했다. 단원들은 결국 활동 기한을 1년가량 채우지 못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라고 지시한 학살 주범들은 40년째 용서를 구하지 않고 있지만, 항쟁에 참여한 외국인들은 신군부 세력의 만행과 헌정 유린을 오롯이 증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광주아시아포럼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평화봉사단원의 활동상을 다시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단원들의 증언은 5·18 진상 규명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시 탄터 텍사스 탈레톤 주립대 영어학과 교수가 해외 기여 분야 포럼 좌장을 맡는다. 탄터 교수는 전남대 특강을 계기로 5·18을 접했다. 이후 5·18 특강과 관련 시 번역을 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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