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며 탈북자 출신으로는 첫 지역구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16일 정부가 추진 중인 ‘북한 개별관광’과 관련,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개별관광 문제를 들여다본다면 개별관광 자체가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상황처럼 가면 정의롭지 못하다”며 “금강산 한국인 피살 사건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남북교류 활성화 조치의 하나로 북한 당국이 발행한 비자만 있어도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북한 관광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 방북 조치가 실행되면 한국민이 중국 등 제3국에 있는 여행사를 통해 북한 관광상품을 신청해 북한으로부터 비자만 받고 방북이 가능해진다.
그동안에는 사회문화 교류, 인도지원 차원에서 중국 등을 경유해 북한에 들어갈 경우 북한당국이 발행한 초청장과 비자가 모두 있어야 방북이 승인됐다.
태 전 공사는 “비자 문제에서도 ‘외국에서 북한 비자를 받아 관광한다’는 이런 발상은 대단히 위험하다”면서 “‘비자’는 별개의 국가에서 필요한 것인데, 비자를 받고 가라는 것도 정의롭지 못하다. 한국에서 북한으로 갈 때는 비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방문증’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는 아직 2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출입국사무소가 아닌 출입사무소라고 표현하며, ‘출경’, ‘입경’으로 표현한다”면서 “그런데 지금 엉뚱하게 비자를 받고 관광가자고 하는데 이것은 한국이 먼저 ’영구분단‘으로 가자는 소리다. 그야말로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우리가 북한에 선의를 보이고 정성을 다하면 핵도 포기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문제”라며 “이런 방식으로는 결단코 비핵화를 이룰 수 없을뿐만 아니라 북한의 위협을 더욱 키울 뿐이고 정의롭지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도 “개성공단 재개가 국제적인 대북제재의 틀을 허무는 결과로 이어지면 안 될 것”이라면서 “국제적 규범과 대한민국 헌법상 측면에서 고려해 재개하되,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에게는 월급을 직접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역구 출마에 도전하는 태 전 공사는 이번 4·15 총선의 의미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유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을 선택한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계기”라고 했다.
그는 “4월15일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나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태어난 날”이라며 “저의 선거 과정을 통해 북한 외교관과 지도부, 수만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대의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과정을 살피고 학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북한 엘리트들조차 민주주의 선거가 어떻게 치러지는지 전혀 모른다”면서 “앞으로 제가 선거를 직접 뛰면서 북한 주민들을 향해 북한과 대한민국 선거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느 지역구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철저히 당의 결정 따를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한국당의 평범한 한 당원으로서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를 따르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주민등록상 이름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에서 태영호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저의 주민등록상 이름은 태구민”이라며 “북한의 테러 위협을 피하기 위해, 또 북한이 저를 찾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개명을 했다. 북한의 형제자매들을 구원하기 위해 ’구원할 구‘자에 ’백성 민‘을 썼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원래 이름인 ’태영호‘와 생년월일을 되찾기 위해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3개월이 걸린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 ’태구민‘이라는 이름으로 선거에 나선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의 생년월일은 1962년 7월25일이지만 주민등록상에는 다르게 기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 전 공사는 “신변안전 보장에 대한 어려움이 증가해도 정부를 믿고 새로운 도전에 당당히 나설 것”이라며 “앞으로 지역구에 나가면 지역구 주민들도 지난 몇 년간 태구민이란 이름으로 살아온 것을 이해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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