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시장 개방 3년째 제자리… “중기부 고발조치 검토”

  • 동아경제
  • 입력 2021년 12월 2일 16시 14분


중소벤처기업부 주관으로 3차에 걸쳐 중고차시장 개방을 위한 중고차매매업계와 완성차업계간 상생협상이 진행됐으나 지난달 30일 최종 결렬됨에 따라 중기부가 조속히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어 연내에 결론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6~9월까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됐던 상생협의에 이어 이번 주무부처인 중기부 주관 상생협상마저 우려했던 대로 최종 결렬되면서 소상공인생계형적합업종 특별법 절차대로 심의위원회 개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기부는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 신청하는 것인데, 이를 연말 안에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기부가 이달 중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심의를 완료하면 3년 동안 지지부진하게 끌어왔던 중고차시장 개방 문제가 연내에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6개 교통·자동차 전문시민단체가 연합한 교통연대와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등의 시민단체도 소비자를 대변해 중고차시장 개방을 연내 결론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교통연대는 지난 10월 중고차시장 개방 관련해 중기부의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질의서를 중기부에 전달하면서 중고차시장 개선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중고차시장을 즉시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교통연대는 중기부가 중고차시장 개방 사안을 또 다시 해를 넘겨 결정을 미룬다면 감사원 감사청구와 직무유기로 고발조치까지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또한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지난달 8일 비대면으로 개최된 제19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중고차시장 개방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3년간의 활동을 설명하면서 중기부는 소비자 권익 관점에서 연내에 조속히 중고차시장을 완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역시 지난달 11일,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허용을 올해를 넘겨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문을 발표하며 연내 결정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중고차시장 전문가들은 중기부가 중고차시장 개방 결론을 해를 넘겨 또 다시 미루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이면 관련 논의가 시작된 지 벌써 4년째 접어들기 때문에 장기간 정책결정을 미룬 중기부의 부담이 커지는 데다 기존 중고차시장에 대해 불만이 많은 소비자들이 시장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연내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의 중기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후푹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고차시장 개방 문제는 처음 논의가 시작된 시점 기준(2019년 2월 8일)으로 무려 2년 10개월(1029일)이 지났다. 개방 여부에 대한 법정 결정시한 기준(2020년 5월 6일)으로는 1년 7개월(575일)이나 경과된 상황이다.

○ 국내 중고차시장 소비자 피해는 지속… 시장 개선 시급

중소벤처기업부가 시장개방 여부 결정을 미루고 있는 지금도 허위 미끼 매물을 비롯해 침수차·사고차 판매, 주행거리 조작, 불투명한 가격산정 등 후진적이고 불법적인 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월 충북지방경찰청은 허위 매물을 미끼로 중고차를 강매한 중고차 딜러 A씨 등 4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는데, 이 일당은 온라인에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중고차 허위 매물을 올려놓고 이를 보고 찾아온 소비자를 속여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차를 강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문신을 보여주며 위압감을 조성해 돈이 없다고 하자 8시간 동안 차량에 감금하고 강제로 대출까지 받게 하기도 했다. 이들의 사기로 큰 충격을 받은 60대 B씨는 지난 2월 차를 산지 20여 일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8월과 10월에는 대법원이 조직적으로 허위 매물을 올린 뒤 다른 차량을 비싼 가격에 강매한 중고차 사기 조직에 대해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높은 형법상 ‘법죄집단’ 법리를 적용해 유죄로 판단한 판결이 연이어 나오기도 했다. 관련 조항이 추가된 이후 유죄 취지로 판결한 첫 사례가 중고차에서 나온 것이다.

○ 지난해부터 소비자·시민단체 중고차시장 개방 촉구 이어져

지난해 12월 11일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은 성명문을 통해 소비자 보호와 선택권 보장을 위해 중고차시장은 완전히 개방돼야 한다고 중소벤처기업부에 촉구한 바 있다. 같은 달 17일에는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서 완성차업체들의 중고차시장 진출여부는 지금껏 비정상적 시장의 최대 피해자인 소비자들의 후생과 권익을 보장하는 관점을 최우선해 결정할 것을 중기부에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후 해를 넘기고도 중고차시장 개방 논의가 진척없이 공회전만 반복되자 더욱 강력한 행동에 나섰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등 6개의 교통·자동차 전문시민단체가 연합한 ‘교통연대’는 올 3월과 4월, 8월, 10월 등 올해만 네 차례에 걸쳐 중기부에 중고차시장 전면 개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연이어 발표했다. 또 4월에는 중고차시장 완전 개방을 촉구하는 범국민 온라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는데, 참여자 수가 한달 채 되지 않아 10만명을 돌파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역시 지난 5월 국회·중기부·을지로위원회에 소비자 후생관점에서 중고차시장 개방 최종 결론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재차 제출, 지난달에는 연내에 결론낼 것을 촉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앞선 4월에는 소비자 1000명과 전국 대학교수(경영·경제·법·소비자· 자동차학) 254명을 대상으로 중고차시장 개방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소비자 79.9%는 현재 중고차시장은 혼탁·낙후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국내 완성차업체의 인증중고차 판매에 대해서는 68.6%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설문에서는 응답한 대학교수 중 79.9%가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시장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고, 완성차 제조사의 중고차시장 진출 시 독과점 발생 우려에 대해서는 57.5%가 특정업체가 독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중고차시장 개방 논의는 중고차매매업계가 3년 전인 2019년 2월 8일 완성차업계 등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중기부에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판매업은 산업경쟁력과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시 소상공인 생계형 업종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중기부에 제출했지만 지난해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관련 법률인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에 따르면 소상공인단체가 종사 업종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하면 먼저 동반성장위원회가 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생계형 업종으로 추천할지 여부를 담은 의견서를 최대 9개월(기본 6개월+연장 3개월) 안에 중기부에 제출해야 하고, 중기부는 동반위의 의견서를 참고해 최대 6개월(기본 3개월+연장 3개월) 내에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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