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 도의회 국힘 예산·소통 놓고 ‘충돌’
곽미숙 대표, 김 지사 집무실 앞 연좌시위
‘여야정협의체’ 6개월 만에 ‘삐걱’ 우려도
김 지사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
김 지사-곽 대표, 내달 6일 면담 ‘협치 갈림길’
“큰 소리 낼 이유가 있습니까?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할 겁니다.”
25일 오전 회의를 마치고 집무실을 나서던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말투는 엄격하고 단호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표단이 “예산이 집행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거칠게 항의하자 김 지사가 맞받아친 것이다. 대표단은 김 지사의 집무실 앞에 앉아서 오전 10시 50분부터 1시간가량 시위를 하던 중이었다. 김 지사는 짧은 대답 후 다른 일정을 이유로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표단이 예산 집행과 김 지사와의 소통 문제를 제기하며 지사 집무실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경기도와 국민의힘이 소통·협치를 위해 지난해 11월 ‘여야정협의체’까지 구성했지만, 6개월 만에 양측이 파열음을 내는 등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곽미숙 국민의힘 대표 의원과 지미연 수석 대변인은 이날 오전 10시 50분경 경기도청 5층 도지사 집무실을 찾아가 김 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당시 김 지사는 집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김 지사 측이 회의를 이유로 면담에 응하지 않자 곽 대표 등은 집무실로 들어가는 출입문을 두드리며 김 지사와의 만남을 재차 요청했다. 김 지사 측이 “일정을 미리 잡고 와야 한다”며 막아서면서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곽 대표는 “지난주 집무실을 찾았지만 김 지사를 만날 수 없었고 면담 일정도 잡아 주지 않아 항의 방문한 것”이라며 “예산 집행을 막는 것이 도대체 누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국민의힘은 ‘여야정협의체’에서 도비 지원을 합의한 ‘천원의 아침밥 확대’ ‘전통주 산업 활성화’ 등 올해 사업 예산의 신속한 집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업 예산 집행이 되지 않자 곽 대표와 지 수석대변인이 김 지사의 해명을 듣기 위해 집무실을 찾았다고 한다.
면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두 사람은 집무실 문 앞에 앉아 시위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염태영 경제부지사, 김달수 정무수석 등 경기도 정무 라인이 총출동해 곽 대표 등을 설득했지만, 농성은 1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곽 대표 등은 김 지사가 집무실을 나간 뒤 시위를 30여 분을 더 이어가다 김 지사 측이 “면담 일정을 따로 잡겠다. 시위를 끝내달라”고 설득하자 해산했다. 김 지사와 곽 대표 등은 다음 달 7일 만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이날이 협치를 계속 이어갈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사전 통보도 없이 야당 대표가 불쑥 도지사 집무실을 찾아와 시위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 당혹스러웠다”며 “김 지사는 도의회와 소통하겠다는 원칙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 예산 집행과 관련해서는 실무 부서에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여야정협의체는 지난해 11월 구성됐으며, 경기도 6명, 도의회 13명 등 모두 19명이 참여하고 있다. 염태영 경제부지사와 국민의힘 곽 대표, 더불어민주당 남종섭 대표가 공동의장이다.
민선 8기 출범 후 경기도 14개 산하기관장 모두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고, 올해 경기도 예산안도 모두 원안대로 처리하는 등 경기도와 도의회는 그동안 여야정협의체를 통해 성공적인 협치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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