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서 흑인비하 ‘아프리카 파티’ 논란…“어떻게 이런 일이”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9일 16시 09분


아프리카 식민지 약탈품 18만점이 전시된 박물관서 개최
벨기에, 식민지배 시절 콩고인 1000만명 학살 역사 있어

벨기에에서 아프리카를 주제로 열린 파티에 참석한 일부 참가자들이 인종 비하적인 분장을 하면서 뭇매를 맞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 텔레그래프 등의 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왕립 아프리카 박물관에서는 지난 4일 ‘아프리카 파티’가 열렸다. 이는 벨기에의 파티 주최 기업인 ‘테 당상(Th? Dansant)’이 기획한 것으로 ‘아프리카 스타일’을 의상을 입고 파티에 참석하라는 ‘드레스 코드’를 파티 전 공지했다. 파티에는 20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인종 비하 논란은 파티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얼굴을 검은색으로 칠한 사람, 식민지 시대의 탐험가로 보이는 의상을 입은 사람, 표범 가죽으로 만든 듯한 옷을 입은 사람 등의 사진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파문이 확산했다.

특히 콩고인들이 격분했다. 벨기에는 과거 콩고를 식민지로 지배하면서 1000 만명 이상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벨기에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데, 흑인 비하 논란까지 일어나자 앞장서서 비판에 나선 것이다.

벨기에와 콩고에서 활동하는 시민활동가 모임인 ‘카페 콩고’의 한 관계자는 얼굴에 검은 칠을 해 ‘흑인 분장’을 한 남성을 겨냥 “아프리카 사람은 당신이 쓰고 벗을 수 있는 의상이 아니다”고 한 벨기에 매체에 말했다.

그는 또한 데 다상이 부두교와 식인 풍습을 연상시키는 두개골을 무대 위에 장식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을 가했다. 이 관계자는 “아프리카에 대한 고정관념이 이런 식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테 당상에게 “어떻게 이러한 파티가 2019년에도 존재할 수 있는지 설명해 달라”고 반문했다.

특히 파티가 열린 장소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졌다. 이 박물관에는 벨기에가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약탈한 18만 점의 약탈품이 전시된 곳이라고 아프리카 매체 ‘아프리카 익스포넌트’는 주장했다. 이 매체는 “이 박물관은 아프리카를 노예국으로 만든 벨기에인들의 공적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비난했다.

논란이 커지자 파티 주최 측은 “한 두 명”의 실수로 인해 파티의 이미지를 더럽혀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최자 가운데 한 명은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해야한다”고 주장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다만 박물관 측은 지난 7일 파티에 대해 “우리는 책임을 지고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윤리적인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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