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최고지도자 알 바그다디 사망… 빈라덴과 비교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7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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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
27일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48)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며 2011년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과의 비교가 이어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미국이 같은 액수의 현상금(2500만 달러, 한화 약 293억 6000만 원)을 걸고 추적하던 인물들이다.

가장 큰 차이는 바그다디는 도피생활에 들어간 지 겨우 3년 만에 사망했다는 점이다. 2001년 9·11 테러 배후자로 지목됐던 빈 라덴은 무려 9년 7개월 간 미국의 끈질긴 추적을 피하다 2011년 5월에야 사살됐다. 도피 기간에서 이처럼 큰 차이가 난 데는 든든한 ‘지원세력’의 유무가 꼽힌다.

빈 라덴의 경우 파키스탄의 ‘딥 스테이트(숨은 권력)’로 불리는 정보부(ISI)의 조직적인 보호를 받았다는 분석이 많다. ISI는 이슬람교 근본주의 성향이 강한 인사들로 구성돼있어 알카에다, 탈레반같은 이슬람교 극단주의 단체들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왔다. 실제로 9·11 테러 이후 미국이 빈 라덴이 머물던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파키스탄으로 이주했으며 사살 당시 숨어 지내던 곳도 파키스탄 아보타바드다. 미국은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위해 특수부대를 투입할 때 파키스탄 측에 이를 통보하지 않았다.

반면 바그다디는 시리아와 이라크 정부 모두와 적대적인 관계였으며 배후에서 지지하는 정부나 세력이 없었다. 그만큼 미국의 조직적인 추적에 대응하는 것도 어려웠으며 빈 라덴보다 은신 생활도 훨씬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바그다디는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빈 라덴은 미군에 의해 사살됐다. 이날 CNN과 군사전문매체 디펜스원 등은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바그다디가 미군의 군사작전 중 스스로 폭탄조끼(Suicide Vest)를 터뜨려 자폭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아직 백악관 등의 공식 성명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2011년 5월 1일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미군 특수부대가 빈 라덴이 숨어있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가옥을 급습해 교전 끝에 그를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당일 오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국가안보회의(NSC) 일원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빈라덴이 부인으로 알려진 여성을 앞으로 내세우거나 미군과 교전을 벌이는 등 사살까지 이르는 작전 과정을 생중계로 지켜보기도 했다.

바그다디가 이끈 IS는 빈 라덴이 수장으로 있던 알카에다와 조직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도 많다. 알카에다는 특정 지역을 장악한 후 국제적인 테러를 벌인 적은 많다. 그러나 IS는 광범위한 영토를 장악해 국가를 선포한 뒤 법체계, 교육제도, 화폐 등 시스템을 마련했다. 심지어 IS는 필리핀 남부와 같은 무슬림 다수 거주 지역을 자신들의 영토로 간주하며 에미르(통치자)를 임명하기도 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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