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초선 당선자들이 예상한 여야의 차기 대선 구도는 ‘이낙연 vs 미정’이었다.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수개월째 지키고 있는 이 전 총리와 4·15총선 패배로 사실상 무주공산이 된 ‘야권 대선 후보’라는 정치 지형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 의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원희룡 김부겸
동아일보는 초선 당선자 100명을 대상으로 ‘여야의 차기 대선 주자 중 최종 후보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은 인사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보통 여론조사에서 실시되는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선호도가 아니라 당선 가능성에 집중해서 질문했다. 이에 응답자 중 36명은 이 전 총리를 선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로 지지도가 오르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대구 수성갑에서 낙선한 김부겸 의원이 7%로 공동 2위를 기록했고 박원순 서울시장(4%), 김경수 경남도지사(3%)가 뒤를 이었다. 이 전 총리를 선택한 민주당 당선자는 “대세인 데다 안정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집권이 재창출된다면 모험적이거나 도전적인 리더십보다는 안정적인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는 “없다”는 응답이 28%로 가장 많았다. 2016년 총선부터 올해 총선까지 네 차례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전패한 보수정당이 내세울 만한 대선 후보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초선들은 보고 있는 셈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12%)가 뒤를 이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대표는 10%로 2위였고, 총선 전 야권 대선 주자 중 1위였던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7%)는 유승민 의원(8%)에 이어 4위에 그쳤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2%를 얻는 데 그쳤다.
총선 후인 지난달 20∼24일 리얼미터가 조사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이 전 총리(40.2%)가 1위였고 이재명 지사(14.4%)가 2위였다. 3위는 홍 전 대표가 7.6%로 야권 후보 중 가장 높았고 이어 △황 전 대표(6%) △안 대표(4.9%) △오세훈 전 서울시장(4.7%) △박 시장(2%) △김부겸 의원(1.7%) 등의 순이었다.
일반 여론조사에 비해 초선들은 여권 주자 중 대구에 계속 출마하며 지역주의에 도전하고 있는 김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김경수 지사를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했고, 야권 주자 중에는 중도개혁적인 원 지사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의 한 초선 당선자는 “차기 대권은 수도권과 중도층 표심을 얻는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 마땅한 인물이 없다”며 “그나마 원 지사가 보수의 외연을 넓히는 데 강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야당 후보 중 가장 많은 비율은 ‘후보 없음’
여당의 초선들은 여권의 대선 후보로 이 전 총리(22명)를 가장 많이 꼽았지만, 아직 ‘없다’고 대답한 응답자도 8명이나 됐다. 특히 여당 초선들은 야권의 대선 후보로 홍 전 대표(9명)를 가장 많이 꼽았다. 홍 전 대표를 꼽은 10명 중 9명이 여당 초선이었다. 한 민주당 당선자는 “지금 통합당 상황을 보면 구관이 명관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가 야권의 대선 후보가 되는 게 여권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깔렸다는 말도 나온다.
야당 초선들은 이 전 총리(14명)를 여권의 강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꼽으면서도 김 의원과 김경수 지사를 많이 꼽았다. 김 의원은 전체 7명 중 5명이, 김 지사는 3명 모두 야당 초선들이 선택했다. 김 의원은 중도적 이미지를, 김 지사는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적통이란 점을 감안한 결과로 풀이된다. 설문조사에서 김 지사를 꼽은 통합당 당선자는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 별다른 레임덕이 없다면 차기 대선 구도에서도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김 지사가 유리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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