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보유한 크래프톤이 기업공개(IPO)에 시동을 걸면서 한국 게임계의 대표 기업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장 후 몸값이 30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거론되면서 국내 게임사의 ‘시가총액 100조 원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국내외 증권사에 상장 주간사회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를 발송하는 등 IPO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25일에는 1인칭 슈팅게임(FPS)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자회사 펍지주식회사(펍지)의 비개발 관련 조직을 크래프톤과 통합했다고 공시했다. 금융투자업계 등에서는 상장을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본격적인 몸값 높이기에 나섰다고 분석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네오위즈를 창립하고 현 정부에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사진) 등이 2007년 세운 회사다. 최대주주인 장 의장은 지분 17.4%를 보유하고 있다. 2015년 펍지를 인수하면서 회사가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배틀그라운드의 인기와 함께 회사의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해 말 PC와 콘솔용 배틀그라운드 판매량은 5500만 장, 모바일용은 다운로드 건수 6억 건을 넘었다. 2017년 266억 원이던 크래프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593억 원으로 2년 새 13배 이상으로 늘었다. 여기에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게임 이용자가 크게 늘면서 상반기(1∼6월)에만 영업이익 5137억 원을 거둬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높은 실적 탓에 장외시장에서 크래프톤 주가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 주식은 주당 180만 원 전후로 거래되고 있으며, 발행주식 수(808만5285주)를 반영한 장외시장 시가총액은 약 15조 원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크래프톤의 시총이 30조 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게임사 중 시총이 가장 큰 엔씨소프트(17조2120억 원, 25일 종가 기준)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이 상장되면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과 국내 증시의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과 함께 국내 게임사의 시총 합계가 1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크래프톤의 상장이 공식화되면서 회사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분석도 있다. 배틀그라운드 외에 히트작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해 펍지의 영업이익만 4733억 원으로, 이를 제외하면 크래프톤과 나머지 자회사들의 영업이익은 미비하거나 오히려 적자를 낸 상황이다. 크래프톤이 새로 내놓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엘리온’ 등 신작이 어떤 성과를 낼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래프톤의 2대 주주인 중국 텐센트(13.2%)도 변수다. 최근 인도 정부가 텐센트를 퇴출시키면서 인도 시장에서 배틀그라운드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최근 중국시장에서 매출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도 향후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실적 감소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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