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을 읽어보겠습니다” 무대로 돌아온 ‘마법사 최현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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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5주년… 내달 ‘더 브레인’ 개막
심리학-뇌과학 접목한 ‘멘털매직’, 신체접촉 줄여 ‘위드 코로나’ 공연
트릭 밝힐 때마다 기립박수 터져 “마술,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을것”

최현우가 마술쇼 ‘더 브레인’에서 양손에 큐브를 들고 마술을 선보이는 모습. 그는 “미국의 데이비드 코퍼필드, 일본의 ‘미스터 마릭’처럼 60, 70대까지 무대에 서는 국민 마술사가 되고 싶다”며 “술, 담배 안하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이들의 마법”이라고 했다. 클립서비스, 라온플레이 제공
최현우가 마술쇼 ‘더 브레인’에서 양손에 큐브를 들고 마술을 선보이는 모습. 그는 “미국의 데이비드 코퍼필드, 일본의 ‘미스터 마릭’처럼 60, 70대까지 무대에 서는 국민 마술사가 되고 싶다”며 “술, 담배 안하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이들의 마법”이라고 했다. 클립서비스, 라온플레이 제공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AI)이 나타나고, 민간인이 우주여행을 떠나는 시대. 찰나에 사람 눈을 속이는 마술이 얼마나 우리 마음을 빼앗아 뒤흔들 수 있을까. 25년째 마술 한길을 걸어온 최현우(43)는 이렇게 답했다.

“21세기가 되면 사라질 직업 8위로 마술사가 꼽혔어요. 하지만 이렇게 살아남았잖아요? 마법 같은 순간을 늘 꿈꾸는 인류의 마음은 변하지 않으리라 믿어요.”

‘마법사가 되고픈 마술사’ 최현우가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매직쇼 ‘더 브레인’으로 관객과 만난다. 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데뷔 후 처음 크리스마스 때 ‘강제 휴식’해야 했다. 그는 “잠시 제 삶을 돌아본 시간이었지만 결국 현장 공연에 대한 간절함과 관객에 대한 감사함만이 남았다”며 “역시 빨간 날에는 일해야 한다”고 웃었다.

‘더 브레인’은 심리학, 뇌과학, 행동과학 등을 접목한 ‘멘털매직(Mental Magic)’ 쇼다. 카드,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관객 심리와 생각을 맞히고 다음 행동을 예언한다. 착시를 이용한 시각 마술도 곁들인다. 따라서 관객 참여는 필수. 최현우는 “신체 접촉을 없애고, 최대한 대화를 통해 마술을 풀어내도록 방식을 변형했다. 마술도 ‘위드 코로나’로 진화 중”이라고 했다.

공연 말미엔 그가 쇼에서 선보였던 마술의 비밀을 전부 공개한다. 그는 “공연마다 비밀을 공개하는 순간 기립박수가 터져 나온다. 다만 모든 걸 털어놔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게 멘털매직의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마술은 진화한다. 언뜻 현실과 동떨어진 채 저 너머에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현실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그는 “남성 마술사를 둘러싼 미녀나 호랑이가 등장하는 무대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마술이 현실 속 페미니즘과 동물복지 운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술사 역시 계속 변해야 한다. 최현우는 한때 후배 마술사들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선보이던 ‘쇼트폼 마술’에 대해 마술을 가벼워 보이도록 만들고, 비밀 공개에만 집중한다는 생각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젊은 세대도 공연장으로 끌어오려면 어쩔 수 없었다. 현재 4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최현우’에서 마술을 알리는 데 누구보다 열심이다. 최근엔 틱톡도 시작했다. “막상 해보니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로 표현할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1996년 한 대학 축제서 손을 벌벌 떨며 처음 마술을 선보인 이래 무대 밖에서도 그는 스타였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마술을 선보였고, 데이비드 코퍼필드처럼 하늘을 나는 마술을 준비하다가 추락해 팔이 으스러지는 사고도 겪었다. 2015년 로또 1등 당첨 번호를 맞힌 건 지금까지 회자된다. “조작 방송이냐”는 항의 전화 수백 통을 받았고 “당첨 번호 알려 달라”는 얘기는 지금까지도 듣는다고. 그는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모두 마술”이라며 미소 지었다.

꿈에 나타난 최현우가 불러준 번호로 로또 2등에 두 번 당첨됐다는 한 팬의 사연도 화제였다. 최현우는 이 팬에게 “제가 꿈에 또 나오면 꼭 저에게도 번호를 알려 달라”고 직접 연락했다.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그는 “살면서 마술에 한 번도 싫증 난 적이 없다”고 했다. 슬럼프도 딱히 없었다. “마술에 제 영혼을 갈아 넣고 살았다”고 고백했다.

마술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이는 그가 앞으로 답해야 할 질문이자 과제다. “설명 필요 없이 제가 하는 마술을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고 싶어요. 제가 잘 살고, 잘 버텨야죠.”

12월 3일∼2022년 1월 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5만5000∼9만9000원, 7세 이상 관람가.

#마술사#최현우#더 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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