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에서 세 자녀를 키우는 강요한 씨(46)는 29일 중3 자녀의 2개월짜리 겨울방학 특강 등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늦어도 30일까지 등록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교육부가 청소년 방역패스 개선안 발표를 미루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자녀의 학원 등원 가능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부작용 우려로 아이들에게 아직 백신을 맞히지 않았다는 강 씨는 “겨울 특강 수강료가 월 200만 원이 넘는데 한 달만 다니고 못 다니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등록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냐”며 답답해했다. 학원 측은 “지침이 내려오면 따라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강 씨는 학원의 같은 반 학생들 중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들을 모아 그룹 과외를 준비 중이다.
○ 과외로 눈 돌리는 학부모들
정부는 당초 만 12∼17세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내년 2월 1일부터 학원, 독서실 등에 방역패스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원안에 따르면 학생들이 27일까지 백신 1차 접종을 마쳤어야 2월에 학원을 다닐 수 있다. 1, 2차 접종에 3주 간격이 필요하고 다시 14일이 지나야 방역패스 효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원가의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올해 안으로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개선안 발표가 내년으로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백신 미접종 자녀들의 2월 학원 등원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자 일부 학부모들은 과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에서 초6, 중3 자녀를 키우는 진모 씨(44)는 백신 부작용 우려에 자녀들의 접종을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진 씨는 “방역 패스가 적용되면 학원에 보내지 못할 것 같아 과외를 알아보는 중인데, 국어 학원이 월 25만 원이라면 과외는 같은 시간에 월 64만 원이라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과목별 차이는 있지만 대략 비용 부담이 2, 3배로 는 것이다.
부담을 감수하고 과외 교사를 구하려고 해도 최근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경기 고양시에서 중2 자녀를 키우는 김모 씨(41)는 “전문 과외 선생님의 경우 학교가 끝난 뒤인 오후 5∼9시 시간대 강습을 차지하기 위해 학부모들의 경쟁이 벌어진다. 수업이 밤 10시 이후에나 가능한 경우들도 있다”고 했다.
○ 다자녀, 예체능은 부담 더 커
자녀가 많은 집은 과외 대신 인터넷 강의나 화상 과외로 눈을 돌린다.
부산에서 중고교생 자녀 3명을 키우는 김모 씨(49)는 “큰아이가 어렸을 때 큰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혹시 몰라 접종을 망설이고 있는데, 영어 학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백신을 안 맞으면 이제 학원에 못 다닌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학원도 없는 살림에 보내던 상황이라 과외는 꿈도 못 꾼다”면서 그 대신 아이들의 인터넷 강의를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예체능 입시를 준비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고민이 크다. 경기 고양시에서 5명의 자녀를 키우는 한모 씨(45)는 7년 전 부인이 주사 알레르기로 급성 쇼크가 와 쓰러진 기억 때문에 자녀 백신 접종을 미루고 있다. 한 씨는 “실용음악으로 진로를 택한 고2 딸의 작곡 강사에게 ‘학원 1층 카페에서 작곡 과외를 해주는 것은 가능하냐’고 물어봤다”며 “작사, 작곡, 피아노 등을 배워야하는데 이런 과목들은 인강은 거의 없고 과외는 구하기도 어려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28일까지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12∼17세 소아·청소년은 약 200만 명으로 해당 연령대 인구의 약 72%다. 10명 중 3명은 아직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은 것이다.
교육부는 개선안 발표 시 방역 패스 적용 시점을 2월 1일이 아니라 2월 15일 등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역패스 개선안의 내용을 아직 조정하고 있는 중”이라며 “협의가 끝나는 대로 신속하게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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