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두바이를 떠나 두번째 순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한다.
지난 15일 중동 순방 첫 방문국인 UAE 두바이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3박4일간의 짧지 않은 일정을 소화했지만 UAE 실질적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UAE를 떠나게 됐다.
대통령의 순방 외교에서 방문국 정상과 회담을 갖지 못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당초 청와대는 중동 순방을 추진하면서 모하메드 왕세제와의 정상회담을 계획했고 순방 전 이를 내부 공지했으나 UAE측 요청으로 문 대통령이 순방을 떠나기 직전 갑자기 정상회담이 취소됐다.
청와대는 “예기치 못한 불가피한 사정”이라는 UAE측 언급만 전하는 등 양국이 정확한 사유를 밝히지는 않고 있어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UAE 현지에서 연일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지는 방역 상황과 관련이 있거나 공개할 수 없는 안보상의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당초 모하메드 왕세제와 회담이 예정됐던 17일 예멘 후티 반군의 아부다비 공격이 벌어지며 정상회담 취소가 이와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아부다비 산업지역과 신공항 건설지에 드론 공격이 있었다.
다행히 문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제와의 회담이 취소되면서 아부다비로 이동하지 않고 두바이에만 머물며 일정을 소화했다.
이와 관련, 모하메드 왕세제가 이번 테러를 예상했다고 밝힌 점도 눈길을 끈다. 정상회담 불발에 따라 대신 이뤄진 정상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테러를 강력히 규탄했고, 이에 왕세제는 “오늘의 드론 공격은 예상됐던 일”이라며 한국과 UAE의 특별한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것에 감사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모하메드 왕세제는 “나의 손밖에 있는 부득이한 상황으로 직접 만나지 못해 안타깝고 아쉬움이 크다”며 “이번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고도 덧붙였다.
정상회담 취소 배경이 테러 대비 차원이 아니었겠냐는 추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순방에 동행한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부다비 공항 드론 공격과 정상회담 불발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임 특보는 “UAE 사람들이 얘기하는 ‘예기치 못한 불가피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며 “더 구체적으로는 외교 관계상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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